믿고 구입했는데 카피종자…모종 전부 폐기
종자감염여부 확인도 쉽지 않아 피해보상 못받을수도…농업인만 속앓이
신젠타 내부 조사 결과 불법 밀반입으로 확인돼…지역 농협선 책임 회피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토마토 궤양병 확인 후 검사를 위한 모종과 종자를 제외한 전부를 폐기했습니다.”

궤양병 발병 피해를 입은 강원 철원군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김모 농업인의 한탄이다.

최근 강원 지역에 중국산 카피종자가 유통됐다. 문제의 종자는 신젠타의 적색계 토마토 대프니스의 카피종자이다. 이는 신젠타 내부 조사 결과 정식으로 유통된 게 아닌 불법으로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카피종자의 유입은 이전부터 문제시돼 왔지만 이번에 유통된 카피종자는 궤양병 감염이 의심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김모 씨는 문제의 종자를 구입한 농업인 중 한 명이다.

▲ 소독작업을 마친 김모 농업인의 온실 내 포장.


지난 4일 방문한 김모 농업인의 5280m2(1600평) 규모 온실은 말 그대로 텅 비어있었다. 궤양병 소독을 위해 왁스 등 소독제로 토마토 모종을 두었던 포장을 전부 청소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김모 농업인은 그 온실은 내년 봄까지 비워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 토마토를 다시 키우기엔 늦었고, 다른 작물을 키우자니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가 문제의 종자를 구입한 곳은 인근 지역농협이다. 포장재에 신젠타가 명시돼 있고 지역농협에서 구매를 대행하니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신젠타차이나가 표기된 문제의 포장재 뒷면. 검측일자가 2018년 4~5월로 표기된 포장재 내 카피종자에서 자란 모종에서 궤양병 발병이 확인됐다.

문제의 포장재에는 신젠타차이나가 표기돼 있었다. 이에 관해 신젠타차이나 측은 신젠타코리아에 자사가 정식으로 공급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출처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자사 종자의 궤양병 감염도 전혀 없음을 밝힌 상태이다.

김모 농업인은 “이번 궤양병으로 인해 1만6000주의 모종을 폐기하고 내년 봄까지 온실을 비우게 됐으니 피해가 막심하다”며 “그런데도 피해액 산정조차 쉽지 않고 무엇보다 누구한테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조차 알 수 없어 막막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궤양병에 걸린 토마토 모종. 특유의 물방울 모양 병반이 나타나 있다.

궤양병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건 육묘장도 마찬가지였다. 강원도에 위치한 B육묘장을 운영하는 C대표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김모 농업인을 포함한 6농가로부터 문제의 종자 육묘를 위탁받았다. 그중 4농가의 모종에서 궤양병이 발병했다. 모두 포장재에 검측일자 2018년 4~5월로 표기돼 있는 카피종자에서 자란 모종이었다. 4농가 출하 모종은 총 7만주 정도이다.

C대표는 “모종을 심기 전에 궤양병 발병을 확인한 만큼 모종값은 전부 받지 않았다”며 “모종값을 받지 않은 건 감당할 수 있지만 가장 큰 피해는 육묘장에 대한 의심과 이미지 훼손”이라고 강조했다.

궤양병 발병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입장에서는 감염경로를 따져 피해보상을 요구하고자 하는데 육묘장도 그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문제의 카피종자에서 자란 모종에서만 궤양병이 발병하고 다른 모종에서는 발병하지 않은 만큼 종자 자체의 궤양병 감염을 주장했다.

문제는 종자의 병해충 감염 여부는 검사자체가 까다로울 뿐 아니라 기술적 문제로 각 검사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1차 키트검사 결과 해당 종자의 궤양병감염 양성반응이 나타났지만 2차 배양검사는 음성이 나와 아직 결과를 확정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관해 C대표는 “피해 농가입장에서는 육묘장이나 종자유통업자에게 피해보상을 청구하려 할 텐데 종자감염여부를 확인하는 일조차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으니 난감하기만 하다”며 “농업인에게 종자를 위탁받아 모종을 키웠을 뿐인데 궤양병 발병 근원지라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김모 농업인이 카피종자를 구입한 지역농협은 신젠타코리아 조사 결과 구매담당자가 종자유통업자 H씨로부터 식물검역증을 확인하고 농업인이 요구한 종자의 구매대행을 맡았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토마토종자의 경우 수입 통관 시 식물검역증과 함께 ‘수입요건확인서’가 필요한 데 이에 대한 확인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지역농협에서 사건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매한 농업인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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