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구 노량진수산시장 불법 점유 상인들에 대한 명도 강제집행이 또 무산됐다. 지난 4월, 7월에 이어 세 번째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수협중앙회측은 현대화된 새 시장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고, 상인측은 새 시장의 수산물 판매자리가 협소한데다 추가비용까지 발생한다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수협과 상인 모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구 시장 상인들의 입주를 위해 비워둔 판매자리 320개에 대한 수익감소를 비롯해 경비인력 배치, 소송 비용, 준공승인지연 등 수협측의 직간접적인 피해규모는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수협측과의 계속된 갈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고, 이미지 실추에 따른 간접 손실까지 상인들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피해는 어민들이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수산물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의 비정상적인 운영행태를 지켜보는 어민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은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의해 정부가 지정한 법정도매시장으로 어민들의 자존심과도 같은 곳이다. 더욱이 이 시설을 짓는데 국민세금 1540억원과 어민들의 단체인 수협자금 3697억원이 들어갔다.

그러함에도 서울과 수도권의 소비자와 생산자인 어민들을 위한 공영 도매시장이 소매행태를 병행하는 일부 상인들에 의해 사유화로 치부되고 있는 것은 주객이 뒤바껴도 한참 뒤바뀐 것이다. 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입으로 외치는 상인들이 오히려 시장기능을 위축시키는 행위는 묵묵히 바다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어민들을 농락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후화된 시설을 현대화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은 노량진수산시장의 정상영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노량진수산시장과 수협의 손실은 어민들의 소득감소 뿐만 아니라 시장정상화 지연, 이미지 실추 등으로 인한 잠재고객 이탈로 시장상인들의 매출하락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누구 하나 이익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구 시장에서의 영업활동은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상태이다. 새 시장으로 입주한 상인, 20만 어업인, 나아가 138만 수산인들의 피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안전하고 위생적인 수산물 공급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려서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장담할 수 없다. 현대화된 노량진수산시장의 조속한 정상 운영만이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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