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헌 건국대교수

최근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논쟁이 일어 사회적 갈등이 심화 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 있는 개는 고고학에서 1만 년 전 혹은 3만여 년 전 늑대로부터 분화해 가장 먼저 가축화(家畜化)돼 인간과 함께 지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개가 역사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또 사전적 의미에서도 가축이 분명한데 왜 이 시점에 이러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왜 동물 중에서 가장 먼저 가축화되어 인류와 함께 해 온 개를 굳이 가축에서 제외하자고 해 이 사단(事端)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여기에는 개를 반려(伴侶)동물(한국에서 상당 부분은 애완(愛玩)동물)이라 해 개고기 식용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축산법에 있는 가축에서 제외하려고 하는 동물보호단체와 이를 법률적으로 지원하려고 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 카테고리 반려동물에 보면 “개, 고양이 식용종식 전동연(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 청원에 2018년 6월 17일부터 2018년 7월 17일까지 21만4634명이 동의했고, 또 하나의 청원 “표창원의원의 개, 고양이 도살금지법을 통과시켜 주세요”는 2018년 6월 24일부터 2018년 7월 24일까지 21만2424명이 동의해 청와대나 정부의 답변이 요구됐다. 이에 청와대 최재관 농업비서관이 답변하기를 “농장에서 기르는 동물을 가축으로 보아 온 기존의 관습, 제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 청원에도 등장하고 국민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축산법 등에 19개 가축의 종류가 나열돼 있으며 ‘사육이 가능하며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을 가축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번 청원을 계기로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해 청와대가 논쟁의 또 한 축에 가세하게 된 것인데 이는 국민들의 전통적인 식문화와 관련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축산법이나 그 관련 법령에 가축으로 편입되었다가 용도가 적어지고 사육 규모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축에서 제외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개 또한 식용동물로서 용도가 줄어들면 언젠가 식용가축에서 제외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정리할 부분이 있다. 동물은 야생동물과 사람이 유용성에 따라 사육하는 가축으로 대별 할 수 있는데 가축은 식용동물, 반려동물, 애완동물, 레포츠동물과 기타 특수동물 등 다양한 용도로 분류될 수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이나 애완동물 사육자들이 타 용도로 사육하는 가축을 축산법에서 제외하라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동물사육권을 넘어선 것으로 이 또한 상대적인 소수(小數)를 향한 ‘갑질’인 것이다.

표창원 의원이 2018년 6월 20일 생명존중의 관점에서 대표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누구든지 동물을 죽여서는 아니된다.”로 개정해 근본적으로 개 도축을 금지하자고 하였으며, 이상돈 의원이 2018년 5월 15일 개의 공장식 사육으로 인해 동물복지를 저해한다며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제2조(정의) 제1항 나호에 가축을 “개를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로 해 개의 축산적 사육을 금지했다. 이 두 법률 개정안의 근본 취지는 개고기 식용을 금지코자 하는 동물보호단체 입장에 방점이 찍혀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설픈 명분을 내 세워 개 사육과 도축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을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개고기 식용금지에 관한 법”을 만들어 국민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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