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령 21년 이상 노후어선 증가 '심각'
단순 노후어선 교체 아닌 '현대화'로 접근해야
선원 안전·복지·어업인 생산성 모두 강화…수산업경쟁력 강화해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어선노후화는 선원의 안전·복지, 어업경영 등과 직결되는 터라 조속한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중인 근해어선들.

수산업 중 어로어업은 3D산업을 넘어 거리적 한계(Distance)까지 더해진 4D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의 배경에는 수산업의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인 어선이 노후화되고 있다는 것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어선 노후화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어선현대화 방안을 짚어본다.

  <上> 어선노후화, 무엇이 문제인가
  <下> [지상중계] 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어선현대화 방안 국회 정책 토론회

# 5년 내 국내어선 절반 ‘노후’
국내 연근해어선은 5년안에 전체 어선의 절반이 노후어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정보포탈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643척이었던 근해어선은 지난해 2730척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어선도 빠르게 늘었는데, 2015년 318척이었던 선령 21~25년의 노후어선은 2017년 434척으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선령 26년 이상의 심각한 노후어선은 447척에서 518척으로 증가했다.  

연안어선은 어선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5년 4만2692척의 연안어선 중 선령이 20년이 넘은 노후 연안어선은 6598척으로 전체 연안어선의 15.45% 수준이었다. 2017년에는 연안어선이 3만9607척으로 2015년 대비 3000척 가량 줄었으나 선령 20년이 넘은 노후연안어선은 7979척으로 1400척 가량 증가, 노후 연안어선의 비율은 20.14% 수준으로 늘었다.

문제는 향후 5년내에 어선 노후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산정보포탈에 따르면 5년 이내에 노후어선으로 분류될 선령 16~20년의 어선은 2017년 기준 근해어선 564척, 연안어선 1만705척이다.

이들 어선이 모두 노후어선이 될 경우 근해어선 2730척 중 1516척(55.53%)이 노후어선이 되며 연안어선 3만9607척 중 1만8684척(47.17%)이 노후어선이 돼 전체 연근해어선의 절반 가량이 노후어선이 된다.
 
# 수산업계, ‘안전’문제가 가장 심각
수산업계에서는 어선노후화에 따른 문제점으로 안전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꼽고 있다.

노후어선들은 자동화 설비가 마련된 경우가 거의 없어 대부분의 작업이 선원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청년층의 승선기피로 선원의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작업이 많은 작업여건은 어선원의 안전성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노후어선에서 발생하는 잔고장도 문제다.

노후어선은 기관 등에서 잔고장이 자주 일어나는데 해상에서 이뤄지는 어업여건상 작은 고장도 인명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임준택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은 “어선노후화의 문제는 비용문제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선원들이 작업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데다 조업도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어 이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 근해어선 선주는 “어선이 노후화되면 항행하거나 조업할 때 잔고장이 발생할 우려가 크고, 잔고장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며 “더불어 근해어선은 노후화 비율이 높은데 이런 어선은 기본적으로 복지공간이 부족해 청년층의 눈높이를 맞출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 경영비증가·선원구인난도 ‘심각’
어선노후화는 어업경영비와 선원 구인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노후어선의 경우 연료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사고 위험에 따른 보험료 증가도 피할 수 없다. 연료비와 보험료 등은 필수적인 경비로 이들 비용의 증가는 어업경영비 증가로 이어져 채산성악화의 원인이 된다.

선원구인난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청년들의 승선기피가 심각해지며 대부분의 연근해업계에서는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노후어선은 필수적인 복지공간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청년들이 승선한다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하선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특히 최근 병무청이 승선근무예비역 복무선박의 선령제한을 추진하고 있는 터라 노후어선은 승선근무예비역을 통한 청년인력의 어선어업 유입도 기대하기 힘들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어획물 저장시설도 노후화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어획물의 부가가치 하락에 따른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류정곤 한국수산경영학회장은 “어선은 수산업의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어선이 노후화될 경우 선원의 안전과 복지뿐만 아니라 어업경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특히 어선은 어선어업의 채산성과 직결되는 터라 노후어선이 증가한다는 것은 전반적인 어선어업의 생산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 어선현대화, ‘신조’ 아닌 ‘현대화’로 접근해야
어선노후화 문제에 대한 해법은 어선 신조가 아닌 어선 현대화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선신조는 노후어선을 새로 건조한 배로 대체한다는 개념으로 기존의 생산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어선현대화는 단순히 노후어선을 새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된 생산설비 도입 등을 통해 생산비를 줄여 어업경영체의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어선원의 안전과 복지를 제고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어선 노후화에 대한 대응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 선원의 안전과 복지, 어업인의 생산성을 모두 강화해 수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현대화’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과거에 비해 선원의 안전과 복지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져가고 있으며 한정된 수산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 생산비 절감을 통한 어업경영체 수익성 제고 필요성도 강해지고 있다”며 “따라서 어선노후화 문제에 대한 대응은 이같은 사회경제적 요구를 적극 반영, 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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