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전면 시행을 앞두고 농업인의 근심이 큰 가운데 최근 수도용 중기 제초제와 이앙전처리제, 이앙동시처리제 등에 주로 사용되는 펜트라자마이드 성분이 내년에 생산이 안 된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이에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를 비롯해 농협, 농업인 등은 부랴부랴 대체 약제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이엘이 이렇게 갑자기 펜트라자마이드 성분의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갑질 아니냐’는 원망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펜트라자마이드 성분은 단제뿐만 아니라 합제로도 사용되며 국내 수도용 제초제 시장의 30%이상을 차지하는 원제다. 뿐만 아니라 제네릭 원제도 없는 상황이어서 갑자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는 말 그대로 ‘비상’인 것이다.

현장에서 ‘갑질’이란 표현까지 거론되는 이유는 바이엘이 펜트라자마이드 성분 공급 중단과 관련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중단 소식도 사전에 주지없이 갑작스럽게 전해져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설명과 대응방안을 요청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실 바이엘의 이러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전 바이엘은 경농을 통해 판매해오던 ‘데시스’ 유제의 원제 공급을 1년 뒤 중단하고, 재고품 외 상표사용을 중단할 것을 골자로 한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1년이라는 여유를 주고 계약에 따라 원제 공급과 상표권 사용을 중단했다는 설명이었지만 경농은 납득키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전에도 한국삼공의 ‘리젠트’ 입제, 동부한농(현 팜한농)의 ‘코니도’ 입제와 ‘실바코’ 수화제, ‘안트라콜’ 수화제 등도 유사한 절차를 거쳤으며 원제가 없는 국내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감내해야만 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시간적 여유만 주어졌어도 ‘갑질’이라는 얘기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거래처나 농업인을 단순한 계약관계나 판매자·소비자가 아닌 농업을 통해 함께 성장·발전하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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