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는 사육에만 몰두...다양한 제도·수급조절 정책 '시급'
미경산우 비육 시범사업 '열쇠'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전국한우협회 창립 이후 19년 동안 한우 산업엔 수많은 고비가 있었다.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한 수입 축산물 개방, 한우파동 등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한우 농가들이 한 데 뭉쳐 슬기롭게 고비를 헤쳐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전국한우협회의 역할이 컸다.  

지난 4년 한우협회를 이끌며 한우 산업의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온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을 만나 한우 산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들어봤다.

# “한우 산업 위기감에 잠도 못 이룹니다” 
“한우 산업을 이끌어보니 참 바랄 잘 날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아직도 항상 긴장과 떨림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홍길 회장은 회장직을 역임하며 참 어려운 고비가 많았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엔 한우 사육마릿수가 300만마리에 육박하며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한우파동을 겪게 될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12년 한우마릿수 증가로 인한 소값 하락으로 수많은 한우농가가 빚을 지거나 도산하던 그 혼란스럽던 위기 상황이 반복될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그는 “과거 한우수급조절협의회에서 한우 적정 사육마릿수를 285만마리로 결정한 바 있다”며 “지난 7월 말을 기준으로 한우마릿수는 299만마리를 넘어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한우의 경우 이력제를 통해 한우마릿수와 가격 추이를 바로 알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췄음에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위기를 맞이하는 것은 ‘한우인들의 직무유기’”라며 “농가도 적극적으로 수급조절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본의 화우 안정제 본보기 삼아야
김 회장은 일본의 화우 관련 지원 정책을 살펴보고 우리 한우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키 위해 이달 초 일본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FTA 체결로 인한 화우 농가의 피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일본 정부의 송아지 안정제, 비육 안정제, 경영 안정제 등 다양한 정책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농가들이 FTA로 인한 산업 개방에 휩쓸려 무너지지 않도록 너무나 촘촘히 정책을 마련해 뒀기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같이 갔던 사람들이 ‘나도 일본에서 소를 키우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완벽했다”며 “일본의 화우 산업을 둘러보며 우리 한우 농가도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한우 사육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도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제대로 된 한우 수급 조절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 미경산우 비육으로 한우 산업 안정화 꾀한다
전국한우협회는 얼마 전부터 1만마리 감축을 목표로 미경산우 비육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가들 스스로 한우 산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다. 

김 회장은 미경산우 비육사업이 자질 나쁜 소를 비육해 한우 마릿수를 조절하고 새로운 고급육 시장을 열 수 있어 한우 수급조절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미경산우를 잘 사육하면 마리당 800만~9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좋은 송아지를 생산하지 못하는 암소는 비육하는 것이 오히려 농가에도 득이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다만 그는 미경산우 비육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한우자조금은 미경산우 비육사업에 40억원을 투입하기로 의결했지만 아직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수급조절 정책도 제대로 내놓지 않으면서 농가 스스로 답을 찾아보겠다고 결의·추진하고 있는 사업마저도 승인하지 않고 있다”며 “수급조절의 효과 여부 검토에만 매몰되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일을 반복하지 말고 일단 시행해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하나하나 손보는 식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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