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지 말라는 게 대책이냐”
무인항공기 ‘붐’ 항공방제 늘어…비산 등 비의도적 농약검출 우려
잔류 농약 의심 토양, 농업인 대응방안 부족…대책 마련해줘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토양잔류 의심되면 농사짓지 말라니...”
-(하)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시행은 해야...”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전면시행이 불과 2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현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PLS 전면시행이 말 그대로 목전에 다다랐지만 농업인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대비책이 마련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실제 현장에서 농업인들이 PLS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 토양잔류=농사 포기?

한 인삼 주산지의 농업인 A씨는 토양잔류가 걱정돼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문의를 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PLS 전면시행과 관련해 토양잔류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줄 수는 있지만 토양에서 잔류 농약(작물보호제)이 검출될 경우에 대한 대응이 ‘그 땅에서는 농사를 짓지 말라’는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인삼은 재배특성상 토양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토양에 잔류농약이 나왔다고 농사를 짓지 말라면 어떻게 먹고살라는 것이냐”며 “토양잔류가 의심돼 검사를 했으면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토양 경작지 조사가 실시, 재배가능 여부가 확인되고 있지만 재배 불가능 지역으로 확인될 경우 농업인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DDT, 엔도설판, 킨토젠, BHC 등 과거 인삼에서 검출된 적이 있는 농약을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일부 농약을 제외하고는 반감기가 180일 이내이기 때문에 재배 불가능지역은 많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농업인들은 또 토양잔류와 관련해 한 농지에서 여러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일한 경작지에서 한 작물을 재배해 농약허용기준이나 잔류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다른 작물을 이어서 재배할 경우 나중에 재배한 작물에서 전에 사용한 농약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항공방제는 늘고 있는데

비산 등 비의도적 오염에 대한 걱정도 크다.

전북지역 농업인 B씨는 “최근 대규모 경작지를 중심으로 항공방제가 많이 이뤄지는데 이때 살포한 농약이 바람을 타고 노지 채소 등을 오염시킬까 우려된다”며 “비산에 따른 오염은 피해를 입은 쪽을 구제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업인 C씨도 “최근에는 무인헬기나 무인항공기에 이어 드론까지 붐을 타고 항공방제가 늘고 있다”며 “수도 농가는 농약이 물에 섞여 흘러내려간다고 하는데 인근에서 밭농사를 짓는 이들은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 역시 “수도작 외에 산림에서도 항공방제가 늘고있는데 전국의 농경지는 대부분 전·답이 혼재한 소규모 복합형 농지가 대부분이다”며 “아무리 신경써서 방제를 하더라도 환경적·기술적 변수들로 인해 비의도적 농약검출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비산에 대한 우려가 다소 지나치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한다. 항공방제의 경우 공중에서 약제를 살포하기 때문에 바람이 강하면 토양에 닿기 전에 약제가 말라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