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배관 터지고 해수도 제대로 못끌어와
예산없어 내년까지 개선 불가능…2020년 시설 개선 계획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감천 공판장 상옥의 배관. 해수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배관이 휘어있다.

감천항 어선전용부두에 위치한 수산물공판장이 잘못된 설계와 시공상 하자 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부산 감천국제도매시장에 어선전용 돌제식부두를 2016년 7월에 준공하고 2017년 8월 상옥공사를 마무리했다.

부산시수협과 ㈜부산수산물공판장이 올해 1월부터 위판장 운영에 들어갔으나 작업자의 안전과 식품안전 등에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지난 15일 돌제식부두에 위치한 공판장을 찾아 시설의 문제점을 확인해봤다.

  # 엉터리 설계에 공판장 가동 ‘난항’
어선전용 돌제식부두는 설계상의 하자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수산물 공판장의 특성상 시장 내부 물류를 위해 지게차 등의 이동이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수관이나 소화전 등에는 시설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추돌방지구조물이 설치돼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운영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공판장의 배관에서는 지게차 등과의 충돌로 파손된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

해수를 인입할 수 있는 배관과 펌프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통상적으로 해수배관은 강 소재로 만들어진 배관을 이용한다. 하지만 공판장의 해수배관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압력을 지탱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실제로 공판장 내 해수배관의 대부분이 휘어져 구불구불한 상태에 있었으며 수시로 배관이 터져 해수를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불어 시장의 배수로 트렌치의 폭이 너무 넓게 만들어져 있어 양륙된 어획물들이 배수로로 빠지는 일도 잦다.

접안시설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감천항은 오징어를 조업하는 저인망어선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이중 트롤어선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선박의 측면하부가 돌출돼 있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두와 어선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휀다가 상부에만 설치 돼 있어 선박 하부충돌시 완충작용을 못하도록 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판장 종사자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공판장의 한 종사자는 “시설물들의 배치를 보면 공판장 시설을 설계한 사람과 부산지방 해양수산청 담당자 모두 수산시장 내부의 물류나 작업환경 등을 전혀 모르고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며 “운영한지 1년도 안되는 시설이 수시로 배관이 터지고 해수도 제대로 끌어오지 못하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성토했다.

  # 작업자 안전·식품위생까지 위협
돌제식부두의 설계·시공상의 문제는 작업자의 안전과 식품위생까지 위협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시설이다. 공판장 내 전기단자함 등은 대부분 해수배관과 나란히 위치해있다. 방풍셔터의 위치를 조절하는 장치는 해수가 내려오는 배관의 바로 아래에 있어 해수를 사용할 경우 합선이 일어나고 부식 때문에 고장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다.

특히 해수와 수도배관에서 잦은 파열이 발생하는 상황인터라 위험은 더욱 크다. 실제로 운영과정에서 배관이 파열, 전기단자함 내부에는 물이 가득 고이기도 했다.

공판장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방풍셔터도 문제다.

공판장 가장자리 쪽에 위치한 방풍셔터 3개는 철와이어가 아닌 나일론 벨트로 작동하는 방식인터라 하중에 취약하다. 실제로 부산시수협에서 운영하는 공판장에서 방풍셔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부산시, 시공업체, 공판장 운영사 등이 합동으로 점검한 결과 방풍셔터는 구조적으로 철와이어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 때문에 안전사고를 막고자 3개의 셔터는 내려진 상황이고 이후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는 것이 시장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부두의 지반 침하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돌제부두는 기존 접안장을 연장해 만든 시설물인데 신규 돌제부두쪽은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할 정도로 확연히 침하가 진행돼 단차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공판장 내부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파손돼 철골구조가 드러난 곳도 많았다.

해수펌프의 용량부족과 배관의 잦은 파열은 식품위생에도 위해요소가 되고 있다.

돌제부두에는 깨끗한 해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펌프실로부터 약 8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해수를 인입한다. 하지만 해수펌프의 용량이 부족해 해수를 끌어다 쓸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배관파열로 공판장 시설내부의 폐수처리가 원활하지 못해 폐수관에는 슬러지가 쌓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쌓인 슬러지에서 구더기가 대량으로 발생, 약품과 얼음 등을 이용해 방제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이에 대해 곽일병 부산시 국제수산물유통시설관리사업소 도매시장운영팀장은 “해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다보니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구더기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산시는 공판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양수기를 공급하고 공판장 운영사측에 슬러지 등을 준설토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설 엉망인데 개선은 2020년?
어선전용부두 시설은 공판장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엉망이지만 시설개선은 2020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는 어선전용부두 시설개선을 위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내후년 정부예산안 수립시 관련 예산을 확보, 2020년에 시설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공판장을 운영하는 부산시수협과 부산수산물공판장이다. 부산시수협과 부산공판장은 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조속한 시일내에 개선하고 정상운영에 들어가야한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 내년까지는 문제투성이인 어선전용부두를 그대로 이용해야한다.

내년에 부산공동어시장이 현대화사업에 착수, 대형선망어선의 어획물이 감천항쪽으로 분산이 돼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설개선은 더욱 시급한 실정이다.

㈜부산수산물공판장 관계자는 “어선전용부두의 시설문제로 중도매인과 항운노조 등의 불만이 계속 커지고 있어 가능한 범위내에서 종사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설을 임차한 입장에서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나 부산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기열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만정비과장은 “설계 당시 시설 이용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을 거쳐 설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선전용부두의 문제점은 파악됐으며 하자의 경우 조속히 보수하고 관련예산을 확보해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일병 팀장은 “어선전용부두는 부산시의 자산이 아닌데다 아직 하자보수기간도 남아있는 터라 시에서 예산을 투입해 시설을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공판장 종사자와 운영사 측에서는 계속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협의해 조속한 시일내에 시설의 개보수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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