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스탠드스틸로 농가 피해...과학적 근거로 접근을
양계·산란계 위험성 여부 판단해 탄력적 적용 필요

[농수축산신문=홍정민·이문예 기자] 

 

<上> AI 위험지역 예방조치 강화
<中> 구제역·ASF 방역 취약분야 집중 관리
<下> 질병발생 최소화 위한 업계 요구사항은 

▲ AI, 구제역 등 악성가축질병을 사전에 막기 위해 방역당국과 축산농가의 철저한 차단방역이 필요시 되고 있다.

이달 들어 야생조류의 이동이 잇따르면서 전북 군산 만경강 하구, 충북 청주 미호천, 경기 파주(한강 하구) 등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형, H5N2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조류인플루엔자) SOP(긴급행동지침)에 따라 항원이 검출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지역을 '야생조수류 예찰지역'으로 설정하고 해당지역 내 가금과 사육중인 조류에 대한 예찰·검사, 이동통제와 소독, 철새도래지와 소하천 등 인근농가에 대한 차단방역 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해당 지자체로 하여금 광역방제기 등 방역차량을 총동원해 매일 소독을 실시하는 등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질병발생 최소화를 위한 업계의 요구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가금단체, 예방적 살처분 범위 확대 철회 요구

가금단체들은 정부의 특별방역대책이 AI(조류인플루엔자)의 근본 발생 원인을 망각한 채 가금류 사육 축소, 살처분 등의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공동 성명서를 통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 겨울 2018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가금 농가들이 강도 높은 방역조치에 협조했지만 방역당국이 이를 하나씩 법제화해 가금산업을 옥죄어 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지자체로 권한을 이양한 가축사육제한,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 Stand still) 등의 권한을 회수하고 살처분 보상금 및 매몰비를 전액 국비로 부담할 것과 특별방역기간을 4개월로 조정할 것, 500m였던 기존의 예방적 살처분 거리를 유지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AI 발생지로부터 반경 3km까지의 예방적 살처분 조치와 관련해선 지자체가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양계단지 등 가금류 사육농가가 밀집한 곳에서 AI가 발생하면 단지 전체에서 살처분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농가의 피해도 막심하지만 살처분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지자체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지자체들은 500m 이내는 완전 살처분하고 범위 밖의 농가에 대해선 예찰 후 살처분 하는 기존의 살처분 기준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홍 서울대 교수는 “AI 발생 위험이 큰 오리농장의 경우엔 반경 3km로 묶어서 예방적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계나 산란계 등에 대해선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500m까지는 완전 살처분 하고 3km까지는 판단에 따르도록 한다면 행정편의적으로 무조건 3km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특별한 상황 하에 있는 양계, 산란장이라면 전문가 그룹이 위험성 여부를 판단해 탄력적으로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등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농가 피해로 이어지는 스탠드스틸 신중해야
농가들은 과도한 일시적 이동중지 명령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스탠드스틸 발동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간 이후 툭 하면 스탠드스틸을 걸어 농가의 재산상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조건 신고가 들어오면 스탠드스틸을 거는 것은 지양하고 최대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현장진단키트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바로 스탠드스틸을 거는 건 무리수이며 정확한 확진이 나온 이후에 이동통제를 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단방역과 관련해선 양계 계열업체 중 CCTV를 설치한 곳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 가운데 일부 농가들은 계열업체를 통한 신규 CCTV 설치가 지나친 사생활 침해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CCTV지원사업의 경우 지자체가 개별 농가뿐만 아니라 계열사에도 지원해 주도록 하고 있는데 농가들은 계열사가 지원금을 받아 CCTV를 신청·설치한 후 감시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 계열농가라도 CCTV 설치 등과 관련해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CCTV를 설치한 농가에 대해선 농장출입대장, 방문자기록지, 차량소독일지 작성 등을 면제하고 AI가 발생해 역학조사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면 CCTV 자료를 제공하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너무 뻔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방역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역원칙으로 돌아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라며 “최근엔 농장 관리인들이 대부분 외국인들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방역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구제역 못지 않게 ASF 보다 신경써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에서 숙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데다 최근 2만 마리 규모에 이르는 농장까지 발생이 확산되고 있고 유럽도 벨기에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해 인접한 국가로 전파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ASF가 양돈산업에 미치는 피해가 구제역 보다 더 크고 치명적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돈업계 한 관계자는 “남은음식물을 처리하는 양돈농가에 대한 숫자 파악이 된 만큼 관리를 보다 엄격히 하고 야생멧돼지에 대한 예찰과 검사 등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미 ASF가 확산중인 중국 등의 영향으로 국제 돈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양돈농가들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고 철저한 차단방역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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