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진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 이사장

요즘 TV채널을 돌리다 보면 소위 먹방(먹는 방송)을 콘텐츠로 한 프로그램을 적잖이 접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를 가지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연신 맛있게 표현하며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릿고개의 배고픔에 들판에 나가 나물을 캐 먹으며 허기를 달랬던 때와 비교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인 지금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위기, 가계부채 증가, 청년실업률 증가, 물가상승 등 다양한 원인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경제활동이 제한돼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가 출현하게 됐다. 또 기성세대의 고령화 인구와 이혼율도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식품산업에서는 기회로 변모하고 있다.

1인 가구는 1990년 9.0%에서 2015년 26.5%로 급증했으며 2035년에는 34.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약 17년 후에는 전체가구의 3분의 1이상이 1인 가구인 것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이 이들을 겨냥한 제품을 집중 개발해 판매하는 솔로 이코노미가 활발해지고 있다.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사람), 알봉족(낱개 포장된 소단위 식료품을 애용하는 사람) 등 다양한 신조어가 생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 신조어를 대표하는 제품은 HMR(가정간편식)이다. HMR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식품, 조리 완제품으로 기존의 복잡한 가정식을 대체할 수 있는 편의식품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식품산업의 핵심 트랜드인 HMR은 2008년 이후 연평균 9.7%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국내 HMR 식품시장은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8%나 성장했다. 세계적으로도 HMR 식품시장은 2015년 82조원 규모로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성숙기 단계에 있으며 미국은 메뉴의 다양화와 건강식 위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HMR은 식품산업의 진흥과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미래유망식품산업으로서 정부의 선제적 육성과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고부가가치 미래성장 농식품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하며 간편식(HMR, 도시락) 품목의 집중육성과 국가식품클러스터의 활성화를 통해 식품산업의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올해 ‘제3차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미래유망분야에 대한 선제적 육성을 위한 세부과제로 HMR, 포장산업 육성 등이 포함됐다.

식품의 가공·저장, 조리편의, 냉·해동, 포장기술의 개발에는 전자, 화학, 기계 등 이종산업과의 융·복합 연구가 필수적이다. 경쟁력 있는 HMR 식품의 개발과 내수 및 수출시장의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육성 및 지원을 위해 ‘HMR혁신연구센터’의 설립은 불가피하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는 이미 식품의 기능성·품질·포장분석과 시제품까지 생산이 가능한 기업지원시설이 310억원 어치가 구비돼 있고 앞으로도 연차적 추가 구비를 통해 450억원 가량의 시설 장비를 더 갖출 예정이다. 이러한 시설에 이종산업 간 유기적인 통합연구와 정책지원이 더해진다면 미래유망사업인 HMR의 선도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식품산업의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국가가 주도해 국비로 설립된 기관의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본보기도 될 것이다.

식품산업의 진흥과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국내 첫 식품산업단지인 국가식품클러스터는 HMR혁신연구센터 설립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HMR 식품 핵심 기반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지속가능한 기업의 혁신성장 위한 발판을 마련해 HMR 식품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다가올, 아니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이종산업 간 융·복합 연구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주도해 국가식품클러터를 ‘식품산업 혁신성장의 메카’로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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