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순 농촌진흥청 기획조정관

봉사를 '받는다'라는 말은 어색해서 잘 쓰이지 않는 말이기는 하다. '봉사하다'의 피동형을 말하고자 한 것이지만 엄밀히 그 의미를 전달하자면, ‘봉사하려 어느 행위를 한 것인데 오히려 도움을 얻었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봉사는 그 대상 및 특성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지만 그 대상이 농촌인 경우에는 당연하게 떠오르는 종류가 농번기 일손돕기 정도일 것이다. 특히 이맘때쯤은 올 한해 땀으로 일군 농사의 결실을 수확하거나 겨울을 대비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가장 바쁜 시기로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농촌 봉사활동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농촌진흥청은 우리 농촌마을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종류의 활동을 묶음으로 제공하는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을 매년 거르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복지와 행정서비스 등이 취약한 전국 각 지역의 농촌마을을 방문해 의료봉사와 현장 애로기술 상담, 농기계·생활시설 수리, 이·미용 및 장수사진 촬영 등 맞춤형 종합선물세트 형식의 신개념 재능기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신개념이라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다양한 형태의 활동은 아니었고 2010년 이후 매년 3~4차례씩 올해까지 25회를 운영하다보니 실제 농촌에서 원하는 실질적인 요구가 누적돼 반영된 결과이다.

또한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전문가 수준 못지않은 비전문가(?)들의 봉사활동이 진심에서 우러나 정성과 성심을 다하는 것이다. 농기계와 가전제품의 안전점검 및 수리, 농촌현장의 농업기술·법률지원, 어르신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장수사진, 머리염색 등 이·미용, 이제는 이들에게서 노련함까지 엿볼 수 있다.

우리 농촌에는 고령인구가 많아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도시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농촌 보건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약해 도심의 병원 왕래가 어려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요인 중 하나이기에 의료봉사야 말로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다.

10여년을 한결같이 농진청과 함께한 한림대, 순천향대, 우석대 의료진들의 건강검진, 물리치료, 약제처방, 침·뜸 등 양방과 한방진료의 그 노고에 감사드리며, 올해에는 조선대 병원도 동참하게 돼 너무나 든든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농진청이 주관하는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의 백미는 바로 농촌의 어르신들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장기자랑을 뽐내는 식전공연과 직접 재배해 식탁에 올려놓는 신선한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배려해주고자 하시는 그 따뜻한 마음이 진하게 전해져 ‘봉사를 한다’가 아닌 ‘봉사를 받는다’가 돼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일방이 전해주는 수혜형태의 봉사활동이 아닌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따로 없는 그야말로 마을의 축제의 장이 돼 오히려 얻어 오는 게 더 많아 벅찬 하루가 된다.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은 여전히 진행형의 미완이기는 하지만 지금껏 환영받아온 소중한 농심을 잊지 않고 더욱 내실을 다져 농촌을 더욱 활기차게 만드는 행복의 단초가 되기를 희망하며, 다음 농업종합병원에서도 필자는 봉사를 '받아' 우리 농촌을 위한 소임을 잃지 않는 다짐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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