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세계농기계시장은 연평균 6%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어느 농기자재보다 빠른 성장세로, 인구증가와 농업의 외연적 확대가 농기계의 수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수십년 정도 이내에 농업의 규모가 줄거나 농기계시장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무역 자유화 물결 속에서 농기계의 수출입은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세계 농기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낮은 농기계 기업들의 도태와 우위 기업들의 시장 점유확대가 지속,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농기계기업들, 산업은 점점 왜소해 지고 있다. 국내 농업의 성장정체와 농기계시장의 성장정체는 사실상 이미 예견됐던 결과이다. 1990년대부터 꾸준히 이러한 위기에 대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지만 우이독경이 됐다. 이제는 선진국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중진국에는 밀려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엿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위기는 언제고 올 수 있지만 이를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농기계기업, 나아가 산업이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다르다. 어느 것은 산업 차원에서, 어느 것은 기업차원에서 당면한 문제이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국내 시장의 정체와 외국 제품의 비중 증가는 직면한 당면과제다. 국내 농기계시장이 정체할 것이라는 사실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 현실을 대부분의 농기계기업들은 예견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국내 시장을 토종기업들이 모두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영역의 다양화밖에 방법이 없다. 이것 역시 농기계기업이 수가 일정할 때 통하는 이야기이다. 지금과 같이 농기계기업의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기에 외국산 농기계가 범람하는 상황이라면 한마디로 최악의 경영조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다음으로 농기계기업이 당면한 문제는 시장 확대를 위한 해외 수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규모 기업들이 중심이 돼 수출확대에 매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10억달러 벽에 부딪혀 있다. 중소기업들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력이 충분치 않다. 사실 수출확대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만만치 않다. 상대국에 대한 정밀한 정보, 가격과 기술내용 등을 기초로 맞춤형 전략을 짜고 실행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밭작물 기계화를 위한 농기계임대사업이 확대되면서 이를 악용하는 실제를 지적하고도 있다. 일명 ‘가방장사’라고 하는데, 농기계생산시설은 갖추지 않고 주문만 받은 다음 실제 생산하는 회사와 가격, 서비스 협상을 한 후 공급하는 현상이다.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이러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어 폐해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농기계를 생산하는 경상과 호남, 충청지역 농기계기업들이 제시하는 방책들을 보면 배울 점이 많다. 우선 국내 농기계시장에서 국내 제품들의 우선적인 지원방법을 강구해 달라는 것이다. 중앙정부만이 아닌 지방정부와의 연대를 통한 스마트농업지원 정책도 개발하길 바라고 있었다. 정부정책에서 중소기업제품의 우선적 구입정책도 필요하며 농기계조합에 의한 일괄구입과 판매도 이야기하고 있다.

다음으로 농기계조합에 수출전략본부를 만들어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말로만 하지 말고 동남아지역에 주재소라도 설치해서 전문가를 활용하길 바라고 있다. 어차피 국내 농기계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KOICA, 수출입은행 등 수출과 금융에 연관된 기관과의 협력강화를 통해 수출확대의 길을 열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다.

국내 농기계유통에서 농협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농기계공급의 원활화만을 강조하다보니 농기계기업의 경영수익부분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가 입찰가 계통계약이 시장경제에서 바람직한가에 대한 비판이 있다. 이러다가는 자칫 대만과 같이 토종 농기계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다. 농협중앙회에서 농기자재가격의 인하를 통한 수익창출을 겨냥하고 있는 한 국가 차원의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질적인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회사들, 가방장사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농기계를 구입할 때 참여회사에 대한 사전 검증과 함께 명확한 사후봉사 인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농기계조합의 사후봉사 인증이 있지만 실질적인 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길에서 만났던 우리 농기계기업인들의 이야기를 여기에서 모두 다 밝히기는 어렵다. 그들의 주장에 대한 검토와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농업의 자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농기계의 자주성을 보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산학 관련, 그리고 범부처의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전제아래 다양한 국내 농기계시장 방어책과 수출 촉진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정곡을 찌르는 것이라 본다.

농기계산업의 활로를 묻는 길에서 우리 농기계기업인들의 마음이 무겁고, 더 이상 물러설 여지도 없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선제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이 상황을 역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우리 함께 고민하고 묘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열리고 있는 국제 박람회가 축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진정 우리 토종 농기계기업들이 원하는 박람회가 돼야 한다. 전환기 마련을 위해 농기계인들을 찾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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