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상) 유럽의 동물복지
(하) 시사점은
덴마크, 네덜란드는 약 80% 가량의 돼지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면서 수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동물복지를 적극 적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덴마크, 네덜란드 현지를 살펴본 대한한돈협회 조사단에 따르면 EU에서 동물복지 기준을 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 유럽 동물복지 준비기간만 15년
덴마크, 네덜란드 등의 양돈 동물복지 태동 배경과 정착 이유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우리 실정에 적합한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조사단의 지적이다.
우선 유럽은 1998년 그룹하우징(군사사육) 개념이 도입되고 10년간의 시행착오와 연구를 거쳐 2008년 법안 통과 후 2013년 시행에 이르기까지 동물복지 준비에만 약 15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여기에 돈사내 암모니아 기준은 의무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또한 일부 국가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것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 스웨덴의 경우 임신틀, 분만틀까지 제거한 후 폐사율 증가로 모돈 1마리당 120유로를 보조했고, 덴마크는 일정기간 임신틀을 없애거나 동물복지를 위해 개축할 경우 기존 생산마릿수에 대한 인정 차원에서 건축 규제 등을 일부 완화했다. 캐나다의 경우도 보호틀 제거와 사육 밀도 완화시 사육마릿수 유지를 위해 일부 증축을 허용했다고 한다.
더불어 동물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농가 전파 체계를 통해 전국 농가에 전파·적용하게 했으며, 소비자들도 동물복지 돼지고기에 대한 가격을 인정해 동물복지 정도에 따른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조사단의 한 양돈전문가는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10년 넘는 시간을 두고 농가는 물론 정부와 소비자의 관심 등을 통해 양돈장에 면밀히 동물복지를 적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하지만 이같은 다양한 성공요인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아직도 많은 농가들이 정부에서 1년에 한번 방문시에만 집중적으로 깔짚을 깔고 개방식 임신틀에 가둬 기르던 모돈들을 임신틀 뒤를 열어 개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시간 갖고 우리 실정에 맞는 동물복지 적용해야
현재 우리 정부는 동물복지형 사육기준 및 적용 계획(안)을 통해 축사내 암모니아 농도의 경우 25ppm 이하로 관리하되 내년 25ppm, 오는 2025년 20ppm을 모든 축종에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돼지는 임신돈 보호틀 사육제한(수정후 4주)을 신규농장은 내년, 기존은 오는 2025년까지 하고 임신돈 사육밀도도 마리당 1.4㎡에서 2.25㎡로 신규농장은 내년, 기존은 오는 2025년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조사단은 이번 덴마크, 네덜란드 현지 출장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우리 정부 계획안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임신돈 보호틀 사육제한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농가에 대해선 일부 제한을 하더라도 기존 농가(재래식 축사 등)는 현실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해 권고사항으로 하고 정책적 지원으로 이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요구와 해외 사례 등으로 스톨 사육제한이 불가피할 경우 유럽 사례 등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최소 15년 이상 주고 시설개선비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신돈 사육 밀도의 경우도 사육밀도 완화시 수급과 농장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외 사례와 같이 마릿수에 따른 차등적용 및 권고 조치가 필요하며 동물복지 적용시 한시적인 건폐율 완화 및 보조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은 물론 유럽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공포로 인해 자국의 양돈 산업에 적잖은 영향이 미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동물복지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질병에 대한 차단방역은 물론 낮은 생산성과 높은 생산비 등의 현실을 감안한 보다 면밀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단의 또 다른 전문가는 “1983년부터 동물복지를 공론화하기 시작한 덴마크는 최근 ASF로 야생멧돼지를 내년말까지 모두 살처분하겠다는 계획인데 이게 과연 무슨 동물복지를 하고 있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면서 “또한 돼지 꼬리자르기가 법으로 금지됐지만 예외조항으로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생산성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복지로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동물복지를 적용할 게 아니라 충분한 연구와 준비 기간을 유럽처럼 갖고 우리 실정과 상황에 맞게 동물복지를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