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삶이 공동체 중심인 청산도의 '구들장논'
인구감소·고령화…산림화 막고 보존 위해 농업·경관·문화유산 가치 제고 실질적 방안 마련
구들장논 보전기금·경관보전 직불제 도입 필요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 청산면 부흥리 일대의 구들장논 전경

‘청산에 살어리랏다’

전남 완도항에서 남쪽으로 약 19km 떨어져 있는 ‘청산도(靑山島)’에 가면 오래된 가요의 가사가 절로 떠오른다. 청산도의 푸른 바다와 세계중요농업유산 ‘구들장논’을 보고 있으면 지친 도시생활을 잊고 청산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삶의 여유와 전통을 중시하는 ‘슬로 시티(Slow City)로 공인된 곳이라 더욱 그렇다.

최근 농업·경관·문화자원의 보호와 가치 제고를 새롭게 도모하고 있는 청산도를 찾아가봤다.

 

# ‘구들장논’에 얽힌 청산도민의 애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항구의 바다를 뒤로하고 고개만 하나 넘으면 청산면 전역에 있는 구들장논을 볼 수 있다. 구들장논의 외형은 일반 계단식 논과 유사하다. 일반 계단식 논에선 물이 지표면으로 용·배수되는 반면 구들장논은 지하에 설치된 통수로를 통해 물이 용·배수된다.

구들장이란 명칭은 논 바닥 밑을 커다란 돌로 구들(온돌)을 쌓듯 조성한다해서 이름 붙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 400년의 역사를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청산도 구들장논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경관·문화·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으며 2014년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농업유산으로의 등재는 구들장논 자체만의 가치가 아니라 대대로 구들장논을 쌓고 농사를 지으며 생활해 온 청산도 농업인의 농업·생활·주거양식 전반에 대한 가치가 인정됐다는 걸 의미한다. 돌이 많아 물빠짐이 심한 섬의 척박한 자연조건을 극복하고자 노력해온 청산도민의 애환이 서린 이곳의 문화·역사적 가치가 인정받은 것이다.

아울러 청산도는 2011년에 아시아 최초로 슬로 시티로 공인된 곳이기도 하다. 슬로 시티는 자연과 더불어 살며 그 지역의 음식을 먹고 농경시대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는 느림의 삶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말한다.

▲ 상서리 구들장논 탐방로 전경. 계단식 논 형태의 구들장논이 펼쳐져 있다.

# 농업·경관·문화유산의 보존, 가치 제고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돼야

이처럼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구들장논이지만 지속적인 보존 및 관리를 위해 개선돼야 할 사항도 눈에 띄었다.

구들장논 집중 분포 지역인 부흥리 등지에서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아 잡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구들장논도 여럿 보였다. 산림화가 심각한 구간에서는 그곳이 구들장논인지 산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에 관해 박근호 구들장논보전관리위원회장은 “청산도의 인구감소와 농업인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구들장논의 산림화를 막고 보존하려면 실제로 농사를 지으며 관리를 해야 하는데 농사를 지으려는 고령 농업인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애로를 해결코자 완도군과 청산도민 등은 ‘향토산업 육성산업’ 및 구들장논보전관리위원회 운영 등을 추진, 농업·경관·문화유산의 가치 제고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 청산도슬로푸드명품화사업단 자문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구들장논의 보존과 가치 제고, 슬로시티 브랜드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탐방에서는 완도군과 청산농협, 전북대 등으로 구성된 ‘청산도슬로푸드명품화사업단’의 자문위원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황길식 명소IMC 대표, 오원택 푸드원텍 대표 등 6차산업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청산도민이 전통 방식의 농업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 등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다.

황 대표는 “구들장논은 청산도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관리하는 데 기여해야 할 만큼 중요한 유산이다”고 강조하며 “구들장논 보전기금, 경관보전 직불제 등이 도입된다면 구들장논을 실제로 관리하며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리는 농업인들의 소득과 구들장논 경관 보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청산도의 농업유산이 단순히 경관만 좋은 게 아니라 문화·역사적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국내외는 물론 후세대에게까지 이 자원을 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구들장논 돌담 지하에 설치된 용·배수용 '통수로'의 모습. 구들장논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다.

 

▲ 청산도의 '슬로 걷기길' 전경. 넓은 바다와 푸른 논밭을 모두 볼 수 있다.

 

▲ 청산도의 슬로 시티 브랜드화, 구들장논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는 청산 농협의 하나로마트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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