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박현렬 기자, 서정학 기자]

▲ ‘격동하는 국제통상질서와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장)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민족주의의 대치로 세계 통상질서가 혼돈에 빠지고, 남북관계는 급변하는 가운데 우리는 자치분권시대를 맞고 있다. 급속히 변화하는 국내외 질서 속에서 우리 농업·농촌에 놓인 위기와 기회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농업·농촌의 길 2018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GSnJ인스티튜트, 감자꽃스튜디오, 남북물류포럼,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베티카, 지역농업네트워크, 지역아카데미, 지역재단 주관으로 농업·농촌의 길 2018 ‘격동하는 국내외 정세와 농업·농촌의 길’이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됐다.

농업·농촌의 길 2018 ‘격동하는 국내외 정세와 농업·농촌의 길’을 통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 우리 농업이 가야할 방향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농업·농촌의 길 2018 ‘격동하는 국내외 정세와 농업·농촌의 길’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환 GSnJ인스티튜트 이사장

# [기조연설1]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장) ‘격동하는 국제통상질서와 한국의 대응’

“이미 국제사회는 기존 자유무역체제의 위기를 실감하며 새로운 국제통상질서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정세 속에서 ‘기존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경제는 중국을 통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논리는 더 이상 설자리를 잃고 있다. 가속되는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우리는 기존 신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어설픈 중립론도, 맹목적인 기회론도 아닌 생존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기조연설2]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언제 어디까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남·북은 물론 북·미 관계에서의 접근이 달라지고 있다. 비핵화에 우선한 평화체계 구축 논의가 진행되고, 남·북 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개선의 종속변수가 아님이 전제되고 있다. 이에 향후 남과 북은 경제공동체 구상이 본격 추진되고, 한반도의 신경제지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사회주의 국가의 개방은 식량문제에서 비롯됐듯 남과 북의 협력도 농업 분야의 역할이 중요하다.”

 

# [기조연설3] 정순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순천대 교수) ‘자치분권시대의 도래,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소위 ‘책임없는 사회’로 평가되는 과거에서 탈피해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자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성을 갖고, 포용의 공간으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도 ‘주민과 함께 하는 정부’, ‘다양성이 꽃 피는 지역’, ‘새로움이 넘치는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참여를 명시화하고 있다. 이에 주민주권 구현, 동반자적 관계 구축, 지방재정의 기간세화, 강력한 실행력 담보를 특징으로 변화하는 시대의 유력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 [분과회의] 지방분권시대의 도래와 농업·농정: 전망과 대응

농정추진체계 개편의 주요 과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유정규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장은 ‘자치분권의 진전과 농정추진체계의 혁신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어떤 정책이 미치는 공간적 범위가 전국적인 경우 그리고 그 대상이 국민이라면 이 같은 정책은 중앙정부가 직접 정책 기획·수립·집행·평가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반면 각 지역 마다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자연적·사회적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정책은 지자체에서 담당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며 이에 맡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유 단장은 중앙정부에서는 국가적인 장기적 비전 하에 농업·농촌 활성화 조건 마련, 농산물 가격 및 소득정책, 식량안보와 농산물 수급 등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생활환경 개선 및 복지향상 등 공공서비스 개선 업무를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지역농업개발, 경제활동 다각화, 환경 및 경관보전, 지역의 주체역량 강화 등 지역적 성격이 강한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분과회의] 직불제 정책의 재해석과 개편방향

직불제를 국가의 중요한 공공정책 수단으로써 농업과 농촌을 되살리는 직불제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정책기획위 농산어촌소분과장)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기조와 직불정책의 재해석’을 통해 “직불정책을 농업인의 소득보전이라는 근시안적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사회의 다양성과 균형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공공정책 수단으로써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EU(유럽연합)는 공동농업정책을 통한 강력한 가격지지정책에 이어 직불정책을 폄으로써 중간층이 두터운 가족농 구조를 육성, 이를 바탕으로 농촌경제의 6차 산업화와 다양한 근거리 유통망을 형성해 농촌부흥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직불제 개편의 기본 방향은 농가의 가처분소득 제고를 통해 소득주도성장, 인구소멸위험지역에서 인구유지와 회복, 농업·농촌의 청년화 등에 기여하고 중간층이 두터운 농업구조 개선으로 농촌경제의 다각화를 이루는 직불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분과회의] 남북경제협력,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따라 새롭게 추진돼야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히 호전됨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한반도 평화 및 경제통일을 목표로 한 ‘한반도 신경제협력’을 구상, 이에 맞춘 새로운 방식의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전임교수는 ‘한반도신경제 구상과 대북농업협력’ 발표를 통해 “문 정부는 남북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을 이루는 경제통일을 목표로 ‘한반도 신경제협력’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한반도 신경제협력의 근본 취지는 어느 한쪽의 편향된 발전이 아니라 남북한이 함께 균형적으로 발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 교수는 “추후 남북경제협력에 관해선 남북한 차원의 농업협력이 동북아 차원의 협력으로 확대 발전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분과회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농식품 수입 관련 제도와 농업직불제 정비돼야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TRQ(저율관세), 무역규제 등 농식품 수입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며, 농업직불제를 개편해 시장개방 확대로 인한 국내 농가소득 감소의 안전장치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한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통상질서의 변화와 한국 농업의 대응’ 발표를 통해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미국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등을 통해 재편된 무역규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농식품 수입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연구위원은 “농산물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농산물 공급과잉, 가격 불안정 등으로 지속적인 농가소득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농업예산 대비 직불예산 비중은 16.8%로 EU 75.6%, 미국 25.9%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쌀 및 대농에 편중된 농업직불금 문제를 해소하는 등 직불제도 개편을 통해 농가소득 안전장치를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분과회의] 푸드플랜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푸드플랜이 유통이나 공급자의 관점에서만 추진될 뿐 농업계와 시민사회의 준비, 토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허남혁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 정책위원은 ‘푸드플랜 추진에 대한 몇 가지 제언’ 발표에서 “푸드플랜이 포괄적 의미에서의 생산·소비 연결활동이 아니라 협소하게 유통에만 치중된 가운데 지역푸드플랜 역시 공공급식 유통정책으로 협소화, 형해화 돼 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지역에서 만들어질 푸드종합센터를 사실상 ‘누가 가져갈 것인가?’가 지역푸드플랜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허 위원은 “행정이 아니라 거버넌스가 먼저 수립되고 나서 그 단위가 중심이 돼 플랜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역푸드플랜의 경우 그렇게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정부의 실적위주 추진방식으로 인해 프로세스를 밟기보다는 행정 주도로 구성된 형식적 거버넌스를 통해 급하게 플랜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으로 종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분과회의] 스마트팜, ‘시설·도구주의적’ 아닌 ‘현장·프로세스’ 중심으로 접근해야

국내에서 통용되고 있는 스마트팜 관련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스마트팜 자체와 관련 정책의 추진이 시설·도구주의적 수준으로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도헌 농업회사법인 성우 대표는 “‘스마트팜’이란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가 모호한 가운데 다양한 의미로 혼용되고 있다”며 “국내에서의 스마트팜은 ‘원격제어’, ‘환경제어’,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모니터링과 자동화 설비, 환경 제어에 그 설비 목적이 한정되는 추세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표는 “스마트팜과 연광성이 있는 ‘스마트파밍(Smart Farming)’과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는 ‘생산성’, ‘프로세스 최적화’, ‘유연한 생산’ 등을 키워드로 한다”며 “스마트 농업 관련 개념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스마트파밍, 스마트팩토리가 추구하는 ‘현장·프로세스’ 중심의 접근법을 국내 스마트팜 관련 정책, 사업 등에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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