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원식물 식재 등 산업육성·소득보전 대책 필요
높은 사육밀도·밀원 부족·농가 사육규모도 작아 경쟁력↓
생태보존·식량증산 등 공익적 가치 多...정부 관리에 힘써야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국내 양봉농가들은 기상변화와 냉해피해로 근심과 허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냉해와 폭염, 면역력 저하로 인한 질병 발생, 남부지역의 등검은말 출연 등 재해에 준하는 각종 환경악화로 양봉농가의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양봉산업의 기반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에 최근 양봉업계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 정부가 양봉산업 육성·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 양봉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봤다.

▲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주최로 열린 양봉산업 육성·지원법 입법공청회 전경.

# 국내 양봉산업 현황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양봉농가는 지난해 말 기준 2만5000호이며, 238만8000군의 꿀벌을 사육하고 있다. 1990년대 4만7000여호에 달했던 농가수는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2011년 이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며, 점차 규모화되면서 2010년 호당 사육군수가 67.8군에서 지난해 97군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벌꿀 생산량은 1만5000톤 수준으로, 2008년 2만6900톤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했으며, 생산액으로는 37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축산업 생산액이 20조1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비중이 1.8% 가량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천연꿀 수입량은 시장개방 등의 여파로 증가 추세다. 2000년 300여톤이었던 천연꿀 수입량은 지난해 933톤으로 크게 늘었다. 수입은 주로 미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이 전체 수입량의 90.5%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국내산 벌꿀 수출량은 53톤 수준으로 태국으로의 수출이 81.1%를 차지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에 비해 꿀벌 사육 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 ㎢당 사육 군수는 우리나라가 21.5군인데 반해 미국과 중국은 0.3군, 호주는 0.03군. 베트남은 6군 수준이다.

여기에 꿀을 만들어 내는 밀원이 부족하고 사육 밀도가 높아 군당 벌꿀 생산량이 적고 비록 규모화 추세에 있지만 농가의  사육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낮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국내 군당 벌꿀 생산량은 11.1kg으로 미국 36.5kg, 중국 54.3kg, 베트남 59.7kg 등과 비교하면 비교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아카시아·밤꿀 생산에 집중되다 보니 올해처럼 5~6월 기후 변화에 따라 생산량 변동이 크고 농가소득 역시 진폭이 크다. 특히 토종벌은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2005년 37만군에 달했던 토종벌 사육군수가 2010년 17만2000군으로 감소했고 2015년 이후 다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16만6000군으로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타개책은 무엇인가
이처럼 양봉산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최근 양봉업계는 정부의 산업육성·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며,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 비례) 등 국회까지 나서 양봉산업 육성·지원법 제정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특히 황주홍 위원장 주최로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입법공청회에선 양봉산업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산업 육성을 위해 대책 마련과 농가지원에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우선 법률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사동천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보존의 시급성 △밀원수 급감에 의한 꿀벌 생육환경의 악화 △꿀벌 천적 출현과 치료불능 질병에 대한 대응 △양봉 농가 소득급감 △경제적 관점에서의 양봉산업 발전·육성 △공익적 가치 확산 효과 및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반영하는 축산법령의 전면적 개정이 요구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사 교수는 “양봉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공익적 부분에 대한 홍보가 잘 안돼 있고 국가가 나서야 하는 산업임에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양봉이 근래처럼 주목 받았던 적은 없었으며, 양봉산업은 생태보존과 식량증산 등의 공익적 가치가 있는 산업이지만 그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양봉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양봉농가의 소득 보전이 중요하며, 정부는 양봉산업의 육성, 양봉농가의 소득보전, 질병 관리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숙도 한국한봉협회장은 “밀원수는 개화까지 5~10년 정도가 소요되며, 개화 시기도 정해져 있는 반면 밀원식물은 연중 1~2회 파종이 가능하며 개화 시기도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 “이에 밀원수 식수를 진행하며 동시에 밀원식물을 심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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