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술평가팀장

▲ 정형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술평가팀장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이다. 많은 국민이 인식하는 농업의 중요도는 이 수치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에 농업이 국가경제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거나 식량은 외국에서 사다 먹는 게 경제적이다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간과한 데서 비롯된 편견이다. 

농업이 위축되면 농업의 진짜 가치도 함께 사라진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FTA를 강조하면서 농업을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쇠락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예산도 줄여왔다. 그렇지만 농업은 식량안보, 고용유지, 환경보전, 지역균형개발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창출해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거래되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일 뿐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 3월 정부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담긴 대통령 개헌안을 심의·의결했다. 대통령 개헌안 헌법 제129조 1항에 ‘국가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보전 등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야 대립으로 아직 개헌이 되지는 않았지만 1200만명이 넘는 국민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의 헌법 반영에 찬성서명을 했다. 

맹자는 “농사는 천하의 대본”이라고 했다. 인간 본연의 산업인 농사를 대체할 것은 없다는 의미이다. 노벨경제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는 “농업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어렵다”고 하였고, 하이에크와 공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군나르 뮈르달도 “장기경제정책의 승패는 농업분야에 달려있다”고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농업은 토양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이다. 생산량과 경제성은 기술보다 경지 면적에 더 크게 좌우돼 농업은 경지면적당 수익이 낮은 산업이었다. 그러나 이런 농업분야가 정밀농업기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초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스마트팜 시대의 농업은 더 이상 토지 면적이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이 주요 기술로 이용되고 있다. 

미래의 농업은 점점 더 기술과 시장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미 과채류는 본격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축산업도 정밀농장관리, 정밀데이터 수집을 통한 효율적 개체관리, 조류독감 발생위험성 예측으로 선제적 관리가 가능해졌다. 축산물의 중간 유통단계를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등 점점 더 자동화 지능화가 진행되고 있다. 

농업은 생명체를 키우는 데에서 생기는 정서적 교감이 큰 산업이다. 증가하는 여가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감성적 공간이 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한국 농업은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다. 2014년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미래에는 농업이 금융업보다 더 많은 부를 가져다줄 것이며, 내가 한국말을 할 줄 알고 35세의 젊은 나이라면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는 소량·다품목을 빠르게 생산하는 것으로 우리 농업이 그동안 지향해 왔던 생산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농업생산뿐만 아니라, 식품안전, 환경보호, 깨끗한 농촌만들기 같은 가치를 함께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농업과 아름다운 농촌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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