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이베리코 열풍, 소고기 시장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얼마전 한 육류 유통바이어가 한우시장을 진단하며 한 말이다. 

지난해 스페인산 돼지고기 이베리코의 인기로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큰 혼란을 경험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교란’이라는 설명을 붙였지만, 다양한 요인에 따른 소비자들의 소비 경향 변화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국내 소고기 시장에서 한우는 맛도 맛이지만, 마블링이 뛰어난 고급육이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경향이 크다.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에도 한우를 사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엔 한우 가격이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프리미엄 돼지고기의 이미지를 내세웠던 이베리코의 역습은 한우의 생존을 걱정하게 한다. ‘고급육 소고기 시장에서 한우와 수입 소고기와 맞붙는다면 과연 한우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다.

한우는 현재 거의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국내 소비 기반이 무너지면 한우산업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급육이라는 이미지 하나만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점점 더 지능적·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는 늘어나는데 언제까지 애국심에만 기대 한우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소비자에게만 소비의 부담을 지우는 애국심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다. 한우업계 스스로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의 한우시장에는 ‘사먹을 여력이 되는 사람은 소비하라’는 일종의 거만함이 깔려 있다. 한우가 살아남기 위해선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소비자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고급육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가격대의 소고기를 공급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30일 열렸던 한우 유통바이어 대회에선 가격 고민 없이 한우 시장이 지속되긴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에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한우의 적정 가격을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 대안을 도출하겠다”고 답변했다. 

말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실천해야 한다. 여기에 한우산업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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