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발현 90%이상 생물농약 제품 속속 출시
생물농약·친환경 농자재 경계 모호…생물농약 별도 규정해 관리해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글 싣는 순서>
-(상)급성장하는 세계시장, 답보하는 국내시장
-(중)농약과 친환경 농자재 기로에 서다
-(하)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생물농약을 통해 ‘내성 및 저항성 없는 환경친화적 방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미온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또한 제도권에서도 생물농약에 대해 화학농약보다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물농약을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는 유럽 등에 비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많은 생물농약 제조업체들은 생물농약을 친환경 농자재로 등록하기도 한다.

# 약효 안정됐지만 인식 못 바꿔

과거 생물농약은 화학농약에 비해 약효에 대한 신뢰가 높지 못했다. 40%의 약효 발현만 돼도 효과가 우수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90%이상 약효가 발현되는 생물농약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약효 발현율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생물농약은 세균이나 진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온도, 습도, 일조량, 바람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약효가 들쑥날쑥했지만 이를 제형으로 극복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농업 현장에서는 과거의 불안정한 약효에 대한 경험이 남아 있어 생물농약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 개발돼 보급되더라도 여전히 약효에 의문이 드는 제품들도 상당수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물농약이라는 틀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해 농가의 인식이 확대되기 어려운 것이다.

# 농약· 유기농어업자재?

국내에서 생물농약은 농약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따라서 ‘농약관리법’에 따라 등록, 취급돼야 한다. 생물농약은 화학농약과 달리 독성이나 잔류에 대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등록시험에 대해 크게 염려치 않는다. 하지만 농약으로 등록해 취급하게 되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요구된다. 특히 대다수의 생물농약 제조업체들이 영세한 규모인 만큼 농약으로 등록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끼곤 한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업체들이 농약이 아닌 친환경 농자재인 유기농어업자재로 등록한다. 농약관리법에서는 등록 및 수입 시 농약의 약효, 약해, 독성, 잔류성 등에 관한 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하지만 유기농어업자재로 등록하면 이러한 부분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등록·취급이 훨씬 용이하다. 게다가 친환경 농자재로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대상자격도 얻을 수 있어 굳이 힘들게 농약으로 등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되돌아온 부메랑

하지만 이는 결국 생물농약시장의 문제가 되고 있다. 생물농약과 친환경 농자재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생물농약이 농약으로서 제도권 내에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약효가 미흡하거나 불안정한 제품들이 생물농약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친환경 농자재로 유통되면서 생물농약 전체의 이미지마저 크게 실추시키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생물농약이 농약임에도 불구하고 유기농어업자재로 등록돼 유통됨으로써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농약으로 관리가 어렵다면 외국처럼 별도로 생물농약을 규정해 관리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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