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안전·생산자 이익 '위협'
"충분한 기간 영업·사업권 보장 못받아 신규투자 어려울 것"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대전시가 최근 대전광역시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 개정을 통해 도매시장법인의 지정방법을 공모제로 바꾸는 사안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일고있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와 농업인들은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의 전국의 생산자들에게 출하지도를 하고 생산자가 판매 위탁한 농산물을 경매나 정가·수의매매로 공정하게 판매하는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모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최근 유통업태 전문가들은 공모제 추진에 따른 법적 문제점을 제기하며 도매시장 운영의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이같은 피해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전시의 도매법인 공모제 지정과 관련된 입법예고 사항의 문제를 짚어봤다.

# 공모제 전환 시 출하자 보호 담보할 수 없어

이상만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는 최근 ‘법과 정책 연구’ 제 18집에 발표한 ‘도매시장법인 지정의 법적성질 및 재지정의 보호이익에 대한 검토’를 통해 “도매법인 신규 공모제 추진 시 탈락한 신청자에 의한 무분별한 집행정지 및 행정소송 등의 발생으로 자칫 도매법인의 공백이나 도매시장의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의 피해가 고스란히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본래 도매법인의 지정은 안정적인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확보하기 위함이지만 약 5년에 한번 씩 공모를 통해 신규 도매법인을 지정한다면 이들이 충분한 기간의 영업이나 사업권을 보장 받을 수 없어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신규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제기했다.

또한 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인 안정적인 농수산물의 유통구조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빠르게 변화되는 유통경로 다원화 등 경쟁 환경에 밀려 도매시장의 역할을 상실할 수 있다며 매년 신규로 지정할 시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맞물려 금권선거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의 ‘도매법인 길들이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경우 오랜 시간 쌓아온 도매시장의 역할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도매법인 재지정에 대한 보호이익이 있음에도 기존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신규로 공모하는 내용을 조례로 개정할 경우 법률우위원칙 내지 법률 유보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행정법상 일반원칙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할 개연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에 해당하는 경우 그 조례의 성질을 묻지 않고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의 해석 상 재지정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공모제로 개정할 경우 기존의 재지정신청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전시의 조례 개정 입법 예고에 대해 “이 같은 문제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하며 당사자 간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도매법인 공모제를 통한 신규법인 지정은 안정적인 농산물 유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수취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 농민단체 ‘도매법인 공모제 전환’ 철회돼야

도매법인이 생산자에 대한 출하지도와 함께 판매 위탁한 농산물을 공정하게 판매하는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도매법인 지정을 일반 공모제로 하는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민단체들은 “생산자들이 현재 유통시스템을 믿고 안정적인 출하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도매법인들과 전속거래를 통해 마케팅협력도 진행 중”이라며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목적과 농안법이 담고 있는 기본 취지상 시장 내 도매법인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만 생산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도매법인 지정은 개설자가 해당도매시장의 시설규모와 거래액 등을 고려해 적정수로 하고 5~10년의 지정유효기간을 두고 있는데 핵심은 도매법인을 지정할 때 농안법을 근거로 특정한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점”이라며 “농안법의 지정과 지정취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는 도매법인의 경영안정이 생산자의 이익보호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전 오정과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 지정 운영 중인 도매법인이 농안법과 현행 조례의 지정취소 규정에 해당하는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았을 경우 당연히 재지정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측은 “도매법인과 생산자는 갈등의 관계가 아닌 상호협력관계로서 현 시스템 내에서 도매법인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생산자들의 안정적인 판로가 가능하다”며 “상장경매의 발전 형태인 정가·수의매매나 샘플경매 등은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랜 경험과 신뢰가 쌓였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정사유의 중심에 있는 생산자들과 아무런 협의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진행된 것은 문제가 있고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생산자는 하나의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조례 개정안은 ‘빈대 잡으려고 하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자의 의견을 수렴해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시는 조례 입법예고를 통해 공익적 기능을 강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그 밖에 농수산물 도매시장 관리·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코자 도매법인의 지정방법을 공모지정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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