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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우 교동섬농산물 대표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지어보니 역시 농사는 땀 흘린 만큼 결실을 본다. 하지만 땀 흘린 만큼 보상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버지는 어느 농부 보다 더 깐깐하게 일하면서 조금의 잡초도 용납하지 못한다. 우렁이가 폭염에 지쳐 남긴 풀도 꼭 직접 처리하고야 만다.

아버지 사전에 대충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아버지가 가끔 조금 불만스러웠다. 왜 요령껏 일하지 못할까. 잡초도 어느 정도는 그냥 두고, 대충 편하게 일하면 안 될까. 어차피 피나게 고생해봤자 쌀값은 옆집하고 똑같은데. 도시 마트에서 우리 지역 쌀 판매가를 보고 놀랐다.

아버지가 수매로 넘기는 값의 2배에 달했다. 물론 산지와의 거리를 고려하면 도시에서 구매하는 쌀이 비싼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도시민들은 쌀값이 비싸다고 난리인데 아버지는 인건비에 기계 수리 값 빼면 남는 게 없다. 결국 땀 흘린 만큼 제값 받으려면 직접 알리고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디자인, 영상, 전자상거래, 소셜커머스 등 농가의 가치를 올릴 매체가 다양하다.

그러나 아이템을 개발하고 디자인하고 홍보하는 것은 대부분의 농촌 어르신들에게는 어려운 영역이다. 이것이 농촌에 젊은이들이 필요한 이유고, 항상 고민하는 일이다. 아버지는 올해 환갑이 넘으셨다. 마을에서는 ‘청년' 소리를 듣지만, 마케팅 일은 너무 생소하다고 얘기하신다. 얼마 전 농가 경영주 10명 중 4명은 ‘70세 이상’이라는 통계를 봤다. 고민이 더 깊어졌다.

△ 이광우 대표는 인천 강화 교동섬 머르메 마을 '애기똥풀네농장’에서 가족과 함께 쌀, 고추 농사를 짓고, 교동섬 대륭시장 ‘빛고운사랑방’을 운영하면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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