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지난 26일 위원회를 열고 농림부분 예산안을 심사하려 했으나 심사 도중 야당의 반발로 파행을 빚었다. 산림청의 남북산림협력사업 등의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벌이다 심사가 중단된 것이다.

국회 예산소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심사시한을 다음날인 27일로 잡아놓았으나 기약 없이 심사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져 정부 예산안 심사 법정 기일인 다음달 2일을 넘길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정부의 예산안 심사가 이달을 넘길 경우 정부 예산안이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된 2014년부터 국회는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내년도 농림부분 예산을 올해에 비해 고작 1% 오른 14조6480억원으로 편성해 농업인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내년도 국가 총지출 규모는 470조5000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무려 9.7% 증액돼 역대 수퍼급 예산증액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농림부분 예산 증가율은 1%에 그친 것이다.

무차별적인 농산물 수입과 이로 인한 소득불안정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농업인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세운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농촌 조성, 농업인 소득안정망의 촘촘한 확충, 지속 가능한 농업기반 조성 등의 국정과제를 여하히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행히 국회 해당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림축산식품부 1조6298억6940만원, 농촌진흥청 883억1600만원, 산림청 2152억7200만원 등 총 1조9334억5740만원을 증액하기로 해 그나마 위안이 됐음은 물론이다.

증액된 예산은 주로 농축산물 수급조절 예산과 농업생산기반시설 증대를 위한 것이다. 논타작물 재배지원, 농업자금이차보전, 미허가축사 적법화지원 등은 농업인들로서는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시급한 사업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소위가 파행을 빚음으로써 자칫 어렵게 증액시킨 예산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인 만큼 꼼꼼히 따져보고 과잉 편성된 예산은 삭감하는 게 맞고, 국회 예산소위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소모적인 논쟁과 당리당략으로 예산심사가 파행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더욱이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뒷받침하는 농업예산 심사가 정쟁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농업인들이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농업에 대한 정부 및 국회의 관심이고, 농업관련 예산이 대정부·대국회 신뢰에 대한 척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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