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위한 가격인하 vs 경영악화 지속
농협, 최소 10% 인하 계획…업계, 연구개발 투자 여력도 없어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내년도 작물보호제(농약) 계통구매단가 등에 대한 협의가 이달 중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농협과 업체 간 큰 입장 차이를 어떻게 좁혀갈 것인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농협은 올해 작물보호제 계통구매가격을 평균 1.2% 인하했다. 당초 3.3%의 가격인하를 요구했지만 업계의 반발로 1.2%를 인하하는데 그친 것이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격인하 요구에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등을 이유로 매년 ‘도저히 무리다’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최근에 가격이 인상된 적은 없다.

이러한 가운데 내년도 계통구매단가 협의에 임하는 농협의 마음가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국감에서 “내년에도 지역 농·축협과 협의해 농약가격을 10% 이상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최소 10% 수준의 가격인하를 요구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농협의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목표를 달성키 위해 농자재 가격인하 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도에는 농약가격 10% 이상 인하 등 영농자재가격 2000억원 인하 계획이 발표된 만큼 전사적인 가격인하 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반면 업계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계통구매가격 동결, 2016년 0.8% 2017년 3.3%, 올해 1.2%를 각각 인하하는 등 2013년부터 단 한 차례도 가격이 인상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원제가격 인상과 작물보호제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에서의 환경 관련 규제 강화로 제네릭 원제, 부재, 중간재 등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업인의 경영부담 경감을 위해 매년 농협의 가격인하에 동참하고 있지만 원제가격 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생산에 대한 투입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쟁에도 대비해야 하는데 농협의 계속되는 가격인하 요구에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조차 잃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농업인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농협의 가격인하 요구와 경영구조 악화 지속이라는 업계의 입장이 상충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단순히 구매가격에 대한 인하가 아닌 제도개선을 통한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작물보호제 유통구조를 보면 불합리하거나 제도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 많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선만 이뤄져도 농업인의 경영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농협에서 계통구매가격인하 요구와 함께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됐던 작물보호제 유통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이 제시될 것이란 관측이 더해지면서 향후 농협과 업계의 대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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