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확보 없이는 개편 자체가 ‘무의미’
소득안정·농업 유지…‘경자유전 원칙’ 따른 토지개혁 요구도

[농수축산신문=박유신·이한태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직불제 개편 쟁점사항은
(중) 예산 돌려막기 절대 안돼
(하) 수급·소득안정망 확보 및 경자유전 대원칙 지켜야

직접지불제(이하 직불제) 개편을 둘러싸고 연일 설전이 오가고 있다. 직불제 개편은 이달 들어 국회에서만 관련 토론회가 두 차례나 열리는 등 농업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입장차이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농업 직불제 개편의 기본 취지는 현행 직불제를 공익형으로 바꿔 특정 작목에 대해서만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해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통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는 농업계 전반에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를 위한 예산 확보, 타 작물 등으로의 지원대상 확대, 수혜자의 형평성 등과 관련해 정부와 학계, 생산자단체 등에서 견해가 엇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직불제 개편 논의를 둘러싸고 있는 쟁점과 개선 과제 등을 살펴봤다.

# 예산부터 늘려야

현재 직불제 논의와 관련해 농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예산 확보를 들고 있다. 2018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14조4996억원 가량으로 이 중 직불금 예산은 2조4399억원 정도다.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할 경우 농업계의 예상으로는 3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확보가 미지수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당국에서는 과거 직불금 예산과 관련해 불용예산이 많았던 만큼 이를 재원으로 삼을 공산이 큰 까닭이다. 실제 농식품부에서도 추가적인 직불금 예산의 순증을 주장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결국 매년 불용되는 예산을 없애고 그 규모 만큼을 직불제 개편에 활용하는 방안으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이에 농업계는 난색을 표하며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충분한 재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개편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김광섭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확산시키려는 직불제 개편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 쌀 생산 농업인의 경영안정과 소득보전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제도에 따른 지급 최고상한액이었던 2016년 2조6000억원에 중소농에 대한 지원 및 밭·조건불리 직불금을 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예산 약 6000억원을 추가한 3조2000억원의 예산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 농업인 소득안정 우선

또한 직불제 개편이 실제 현장에서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농업인의 소득안정과 이를 위한 수급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직불제의 개편 방향은 농업인의 소득안정을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유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사를 짓는 이가 땅을 가져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른 토지개혁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직불제 지급의 대상이 이름뿐인 농업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될 수 있도록 농업인의 정의는 물론 토지소유, 경작유무 등 농업과 직접적인 연계를 고려한 개편이 이뤄져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업인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직불제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농업인의 소득안정과 이를 위한 토지개편이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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