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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지속가능한 농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고려한 직불제 돼야"

2000년대 초 수입개방 기조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새로 도입되거나 강화된 농정수단이 직불제 정책이다. 이 직불제는 농업예산에서 그 비중을 꾸준히 증가시켜,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등장했다.

1990년대 유럽에서 가격지지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직불제는 정책 타당성에 변화를 모색하면서 발전해 왔다. 농가에 대한 소득보전의 논리에서 환경적 공익기능에 대한 보상 논리로, 최근에는 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정책 명분을 확보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정된 직불예산을 ‘활동적 농가(Active Farmer)’에 집중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농정개혁TF가 제안한 직불제 개편안은 직불단가를 하후상박의 형태로 지급하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리고 하후상박의 범위를 ‘활동적 농가’의 개념에 해당하는 농가계층에 집중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즉 농업소득이 가계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의미한 계층을 중심으로 하후상박 개념의 지급단가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농업소득으로 가계비를 충당하는 비중은 0.5~1ha 농가가 23%, 5~7ha 농가가 83% 정도다. 0.5ha 이하는 4%정도이고, 7~10ha는 112%에 달한다. 2017년도 전국평균 가계비 지출규모가 연간 3979만원인데, 이와 비슷한 수준의 농가규모는 5~7ha 규모의 계층으로 연간 가계비 지출규모가 3956만원이다. 참고로 2017년 최저임금 기준 연소득은 1623만원이다.

어떤 계층의 농가가 지속가능한 농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고려한 직불제가 돼야 한다. 현장에서는 직불금이 꼭 필요한 농업인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직불금의 대상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직불금 차등화에 규모뿐 만아니라 경영주 연령이나 가족구성원 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직불제 강화가 고령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거나, 규모화가 필요한 생산가능연령대 농가의 토지 확보를 어렵게 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의 40세 미만 경영주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유럽은 평균 14%에 달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이 보다 훨씬 높다. 이보다 급한 농업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청년직불을 가산형 직불로 전환시켜 영농에 정착한 이들의 농업경영 안정성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직불제가 100만 농가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중요한 정책수단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직불제가 인구소멸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에서 인구유지를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임을 강조해야 한다.

 

# 이명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직불예산 규모 2022년까지 5조20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한국농업은 생산성 정체의 악순환, 사회적 수요 변화 대응 미진, 생산 및 중앙정부 중심 정책 기조라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직불제 중심 농정으로의 전환을 제시하고자 한다. 직불제 중심 농정은 새로운 농정 비전인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국민이 건강한 먹거리’을 위해 직불제 확대·개편을 포함한 농업예산구조의 개혁과 전반적인 농정개혁을 의미한다. 즉 직불제 확대·개편 자체의 성공, 그리고 새로운 농정비전 달성은 공익적 기능 강화, 재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 시장 중심 농산업 혁신, 농가 직접 지원 확대를 위한 다양한 농정개혁이 함께 추진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자 수단이 직불제 확대·개편이다.

그간 직불제는 고정 직불금 단가 인상 및 품목 확대로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했으며, 특히 쌀 변동직불금 지급으로 쌀 생산농가의 수취 가격은 비교적 안정됐다. 그러나 쌀 편중 지원으로 인한 자원 배분의 왜곡현상 발생, 쌀 직불제 도입 이후 목표가격 재설정 관련 각 주체간 이견 발생, 공익적 기능 제고 목적 직불제의 낮은 비중, 농가간·품목간 형평성 문제 등의 한계가 제기됐다.

농정 비전인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 직불제 기능은 형평성을 고려한 농가소득 보전과 공익적 기능 창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책 명칭을 직접지불제에서 농업기여지불제로 변경, 농업의 사회적 기여(공익적 가치 창출)에 대한 지불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발표한 직불제 개편방향을 살펴보면 현행 직불제를 크게 기본형 지불과 가산형 재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쌀고정직불, 쌀변동직불, 밭고정직불은 기본형 지불로 통합한다. 농업수입보장보험, 시장격리, 생산조정제 등 별도 쌀 시장안정 방안 마련을 전제로 쌀변동직불을 폐지한다. 친환경농업직불, 경관보전직불, 조건불리직불은 가산형 지불로 통합하고 하위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며 지역 특색에 맞게 지자체를 중심으로 확대하게 된다.

또한 경영이양직불, FTA 피해보전·폐업지원은 직불제 정책범위에서 제외하고 연관 정책분야로 이관한다. 직불 예산 규모를 2022년까지 농업예산 대비 약 30%인 5조2000억 원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2019년 약 2조2천억 원으로부터 매년 약 1조 원씩 확대하는데, 기존 농업예산구조 개편을 통해 매년 약 5000억 원을 확보하고, 향후 농업예산의 연차별 증가를 통해 매년 약 50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지급단가를 단순 면적비례 방식에서 하후상박(下厚上薄)으로 개편하고, 영세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면적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직불제가 확대되면 무엇보다 투명한 집행 및 관리가 중요하므로, 비경작 지주의 직불금 부당수령 방지 등 관리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직불제 관련 논의가 직불제를 핵심수단으로 하여 농정개혁을 추진하고자 하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쌀변동직불제 폐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쌀 시장안정장치 마련을 전제로 직불제 개편을 제안하는 만큼 단기적 손익보다는 직불제 중심 농정으로의 전환이라는 보다 큰 틀 속에서 직불제 개편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해 제고 전제…헌법에 농업·농촌 공익적 가치 명문화"

중·소농의 경영안정 도모, 직불금의 쌀 편중 해소를 통한 품목 간 균형 확대, 환경보전 등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가치 창출에 기여 등을 포함한 개편 취지와 방향에 관해서는 한농연도 일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쌀 농업직불제와 쌀 소득보전직불제를 통합했던 양정개혁보다 그 파급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직불금이 농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어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농가 경영안정과 더불어 대한민국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함에도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현행 농업직불제 개편 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 경영불안 확대이다. 별다른 기준가격과 가격지지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쌀 변동직불금을 폐지하고, 쌀값을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기면 가격 하락은 불 보듯 훤하다. 여기에 타 작물 전환에 따른 쏠림현상과 풍선효과로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의 몫이므로 새로운 농업직불제 도입에 앞서 관련 영향 평가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과거 정부는 식량난 해결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정 방향의 기조를 식량 증산과 농가 규모화에 맞춰왔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쌀에 관한 수요가 점차 줄자 이를 갑작스레 바꾸려 하고 있다. 농업계가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나 급격한 농정 방향의 전환은 농업인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곧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바꿔 나가야 한다.

농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의 정비와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먼저 쌀값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 시장격리를 포함한 수확기 쌀 가격 및 수급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쌀을 비롯한 모든 품목의 생산 조정을 위해 기존 수급 예측시스템의 기능을 확대·보완하고,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과수와 밭작물 품목의 경우 정부 차원의 수급조절 매뉴얼이 존재함에도 빈번히 과잉 생산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기존 제도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직불금 대리 수령을 방지하기 위해 부정 수급자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농지 임대차 계약 및 실경작 확인이 가능하도록 해야만 새로운 농업직불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농업직불제가 농업의 공익적 기능 확산과 농업인의 기본소득 보장 등 제 역할을 다 하려면 예산 확보가 필수이다. 이 때문에 기존 직불 예산을 최소 3조원 이상으로 증액하고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행 농업직불제 예산은 변동직불금 발생 여부에 따라 유동적인데다 최근 농업예산 증가율을 고려할 때 예산 확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이유로 위와 같은 선행과제 해결을 위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이해 제고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농업직불제 개편에 앞서 헌법에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명확히 담아야 한다. 그래야만 예산 확보와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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