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우 도매가 kg당 1만7000원 이하·수송아지가 마리당 270만원 하락할 듯
한우산업 급격한 하락 전망...충격 완충 위한 수급조절 정책 시급
미경산우 비육 사업 필요성 제기...마릿수 조절에 농가들이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올해 축산업은 전반적으로 수급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우는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에도 호황이 예상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수급불안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돼지 역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각종 질병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생산이 증가하는 반면 소비 확대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전반적으로 녹록하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원유생산량 감소를 겪는 낙농은 소비까지 줄면서 급격한 수급변화나 불안 문제는 없는 상황이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소비를 어떻게 진작시킬지 묘수찾기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한우

한우산업 호황기, 끝이 보인다

현재 한우시장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도매가격과 송아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농가들의 입식 열기도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호황기에 있던 한우산업이 갑자기 곤두박질 치는 상황을 여러 번 목격하고 경험한 한우 농가들은 스스로 연착륙을 위한 수급조절에 나서고 있다. 한우산업은 이 고비를 잘 이겨내고 연착륙할 수 있을까. 

현재 한우고기 도매가격과 송아지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한우 지육 도매가격은 2013년 5월 최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를 타 2016년 6월에는 kg당 1만9082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2017년 초 1만6000원 이하로 급락했으나 이후 그 그늘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최근에는 1만7000원 중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송아지 가격도 수송아지 기준 마리당 400만원 안팎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1~2월 한우 1등급 도매가격도 지난해 대비 상승한 1만7800~1만8800원(생체 750kg 기준 822만원 내외)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미 한우마릿수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3월 한우마릿수가 지난해에 비해 2.6% 증가한 287만5000마리, 9월에는 이보다 많은 307만1000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한우고기 도매가격과 송아지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GS&J 인스티튜트는 2022년 한우 도매가격은 kg당 1만7000원 이하로 떨어지고 수송아지 가격은 마리당 270만원으로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하루 빨리 한우산업의 급격한 하락에 의한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수급조절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주도 한우 수급조절 대책 있었지만

그동안 한우산업의 급격한 하락 국면에서 정부는 수급 조절을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2012년 한우 사육마릿수의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하고 한우 농가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암소감축장려금지원사업’을 시행했다. 한우 암소의 감축을 통해 한우 사육마릿수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한우산업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밑그림이었다. 

이에 농가별로 감축 물량을 배정하고 △외모심사 결과 부적합, 등급 판정 결과 도체등급 2등급 이하 거세 수소를 낳은 암소 등 저능력우 △송아지를 한 번도 생산하지 않은 암소, 송아지를 두 번까지 생산한 젊은 암소로서 체중·체격이 작은 암소를 대상으로 감축 사업을 실시했다. 

더불어 이듬해 수입량이 급증해 피해를 입은 농가가 폐업할 경우 3년간의 순수익을 지원하는 ‘FTA(자유무역협정) 폐업지원제도’의 시행도 한우 수급조절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한우 사육마릿수가 감소하고 가격이 안정화되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났으나 전문가들은 이때 소규모 번식 농가가 대거 폐업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우 수급조절 대책으로는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송아지 평균 거래가격이 미리 정해둔 안정기준 가격보다 떨어질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 번식농가의 송아지 재생산, 적정 사육마릿수 유지, 경영 안정 등을 유도하는 ‘송아지생산안정사업’도 있다. 하지만 현재 안정기준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어 실질적으로 발동되지 않는 껍데기뿐인 사업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우 농가들이 나섰다

이렇듯 한우산업의 위기가 가까이 왔음에도 효과적인 수급조절 대책이 마련되지 않자 최근엔 농가들이 스스로 나섰다. 바로 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 즉 미경산우를 비육해 마릿수 조절에 나서자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전국한우협회는 미경산우 비육을 통한 수급 조절을 목적으로 자조금 40억원을 배정하고 ‘한우사육두수조절사업’, 일명 ‘미경산우 비육 사업’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후 긴 협의 과정을 거쳐 사업 추진안의 일부를 확정했으며, 올해 1월부터는 농가들로부터 사업 신청을 받고 저능력 암송아지를 비육하는 농가에 대해 보전금을 지급하는 등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부장은 “송아지생산안정사업도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 등 수급조절 대책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은 한우산업이 위기를 맞은 후 행하는 수습 성격의 수급조절이었지만 미경산우 비육 사업은 선제적으로 수급조절을 해 위기를 막아보자는 것”이라며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경산우 비육 사업이 과연 예정된 한우산업 불황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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