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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환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부원장

일제 강점기에 발행된 ‘별건곤’이라는 잡지의 1931년 4월 대담기사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난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는 사상이 박혀 있기 때문에, 농사밖에는 짓지 아니하고 그 때문에 자기네가 만드는 농산물과 공업품의 원료는 가장 헐하게 팔고 자기네가 사는 물건은 가장 비싼 값으로 사게 되는 것. (중략) 또한 농산물을 가공을 하거나 장소를 옮겨서 팔거나 시기를 살펴서 팔거나 이런 것을 하지 못하는 것”
 

이유 중 두 번째는 농업인이 농산물 가공이나 유통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게 가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가공과 유통이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문제가 지속돼 오다가 2012년 완주 용진농협을 시작으로 로컬푸드직매장이 개설되면서 농업인들의 직접적인 판로문제가 조금씩 해소됐다. 또한 지역 농산물의 지역 내 소비도 확대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로컬푸드직매장은 현재 전국에 약 200개소가 개설됐으며 최근에는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 체험공간 등이 들어선 복합유통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을 보면서, 로컬푸드직매장이 지역민들을 위한 판매시설을 넘어 외지인 대상의 판매와 관광 거점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특히 로컬푸드직매장에 대한 인지도 상승과 지역 축제와 관광의 활성화, 차별화된 경험과 소비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등은 거점으로의 발전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 아이치현 지타시에 소재한 겐키노사토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겐키노사토는 지역 농업을 위한 로컬푸드직매장 외에도 넓은 면적에 물놀이시설, 교육시설, 레스토랑 등이 결합된 복합시설로 건립돼 지역의 농업, 문화,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외부로 알려지면서 지역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 지역 농산물 구입, 체험, 휴식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
 

로컬푸드직매장이 거점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가 동반돼야 하지만 가장 먼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현재와 같이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한 형태의 단순 판매시설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느 로컬푸드직매장을 가더라도 매뉴얼에 따라 만들어진 것과 같이 비슷한 스타일의 매장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지역과 관련된 서비스와 상품이 부족해 지역색을 느끼기 힘들다.
 

로컬푸드직매장을 지역의 판매와 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색과 스토리를 입히고 휴식과 관광정보센터의 기능을 결합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의 차별화된 스토리와 문화는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최근의 소비흐름과 결부돼 새로운 지역 소비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향후에는 차별화된 매장 간의 연계를 통해 전국적인 지역 관광 네트워크로의 확대 발전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정부의 로컬푸드직매장 지원정책도 거점형과 지역밀착형으로 구분하고, 전략적으로 거점형 로컬푸드직매장을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특징 없이 운영되던 고속도로휴게소도 지금은 지역색을 녹여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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