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농업활동 통해 사회로
소외이웃 자활·고용유도 사회통합에 기여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사회적 취약계층을 농업 활동을 통해 농촌사회 안으로 끌어안는 사회적농업. 농촌은 장애인·심신질환자, 고령인 등에게 농업활동을 통한 돌봄·고용·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농업의 무대로도 활용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촌 분야 정책의 일환으로 사회적농업 육성을 목표로 삼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국내외 농업·농촌 현장에서 추진되는 사회적농업의 사례와 관련 사업 등을 소개한다.

▲ 사회적농업협동조합 코파프스(COpAPS)는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에서 40여년간 사회적 취약계층의 농업활동을 돕고 있다.

# 이탈리아, 농촌에서 사회적 약자 치유·자립 지원

사회적농업의 선도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는 2015년 사회적 농업법을 제정하고 국가적으로 사회적농업의 촉진 및 보급에 힘써왔다.

하마다 켄지 JA공제종합연구소 연구원의 ‘이탈리아의 사회적농업과 정신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1970년대부터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사회포섭을 실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회적 협동조합의 사업에 농업이 도입되면서 사회적농업이 발달한 것이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코파프스(COpAPS) 사회적농업협동조합은 1985년부터 장애인을 고용하고 농업 직업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농약 살포 등의 농기계 작업을 어려워하는 장애인이 수작업 위주로 실시되는 유기농업 활동에 적극 참여토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에타베타(Eta Beta) 사회적 협동조합 역시 1992년 설립 이래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농업생산과 함께 농촌에서의 목공, 도예 등 창작 활동을 병행해 오고 있다. 창의활동에 농촌에서의 돌봄, 테라피 활동을 더해 심신의 치유효과를 높인 것이다.

 

# 국내 사회적농업 지원 대상지 9개소…돌봄·고용효과 기대

국내에서는 농식품부가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농촌에서의 사회적농업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은 농촌소재 사회적 조직을 대상으로 사회적농업 프로그램 및 네트워크 운영을 지원한다. 이는 사회적농업 확대를 통해 농촌 취약계층의 자활과 고용 유도, 사회통합 실현에 기여키 위함이다.

올해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곳은 총 9개소로 전북 완주의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충남 홍성의 ‘행복농장’, 전남 영광의 ‘여민동락’ 등이다.

완주군은 고령농 소득증진, 장애아동 재활, 청년농 육성 등의 지역문제를 해결하고자 마을단위 두레농장을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두레농장에서 발달장애아동과 가족들이 고령농과 어울려 농사를 짓고 농장 생산물 판매를 통한 소득을 나눈다는 입장이다.

여민동락은 논 7992㎡, 밭 2만5996㎡ 규모에서 야생화를 재배해 고령농과 귀농인의 참여를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농촌에서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대상지를 9개소에서 18개소로, 예산 규모도 5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렸다. 아울러 사회적 경제조직 회계·경영 컨설팅 등 바우처 지원도 개소당 20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 [사례] 농업과 치유의 만남 ‘행복농장’

▲ 행복농장에서 청소년, 취약계층 등이 농장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허브·상추·화훼류 가꾸며 심신치유

‘사람을 잇다. 세상을 잇다’

사회적 협동조합인 ‘행복농장’이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다. 충남 홍성에 있는 행복농장에 가면 치유농장이라 불리는 약 3300㎡ 규모의 온실을 볼 수 있다. 행복농장은 이곳에서 농업을 통해 만성정신질환자, 장애인 등의 소외된 사람들과 세상을 잇는다.

온실에서는 주로 허브가 재배된다. 계절에 따라 상추, 화훼류 등을 재배하기도 한다. 취약계층은 이러한 작물을 직접 재배하면서 그들의 심신을 치유하고 직업 재활교육을 받는다.

행복농장의 전반적인 운영과 실무를 맡는 최정선 행복농장 실무이사는 “2014년부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농업을 기반으로 한 ‘자연구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며 “미혼모나 탈북자녀 등을 대상으로 목공·요리·농업활동을 병행하는 ‘행복체험 프로그램’도 시행한다”고 말했다.

자연구시 프로그램은 취약계층이 정신건강 증진 활동과 농업 활동을 병행토록 구성됐다. 심화과정은 2~3주간 운영되며 1년에 2~3회 실시된다.

아울러 행봉농장은 인근 중학교 내 특수학급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정서적 안정과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농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행복농장은 2018년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최 실무이사는 “올해에는 특수학급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사회적농업지원센터(가칭)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며 “농업과 복지 두 분야의 일을 병행하는 만큼 품이 많이 들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 취약계층의 재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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