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일자 표기가 안전성·신선도 보장은 아냐…현실성 있는 판단 필요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과거 일본 정부가 채란일 표기 의무화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난각 산란일자 표기에 대해 신중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유통기한과 판매기한을 표기하는 나라는 있지만 산란일자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일본의 경우 2009년 일본공정거래위원회 경제거래국(이하 일본 공정위)은 ‘계란의 표시에 관한 공정경쟁 규약’을 통해 농가가 생식가능기한과 채란일 등을 표기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일본 소비자단체가 생식가능기한(날로 먹어도 되는 기간)과 채란일 등 더 엄격한 기준에 따라 표기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공정위는 기한이 있는 식품 중 계란에만 채란일을 기재할 이유가 없다며 기존에 해오던 대로 상미기한(맛과 신선도가 유지되는 기간)만을 표기토록 했다. 

이와 관련 황명철 농협 사료기술지원센터장은 “일본 정부가 입장문에서 ‘집란 실태로 볼 때 채란일 표기가 어렵다’고 말한 것은 일정부분 농가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센터장은 “일본의 사례는 불필요한 혼란을 막고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 현실성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남기훈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은 “생산에 참여해본 경험도 없고 생산과정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는 사람들이 규정 개선을 주관하며 벌어진 일”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난각 산란일자 표기 강행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어 남 위원장은 “난각에 산란일자만 찍는다고 계란의 안전성, 신선도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이같은 목적이라면 콜드체인 구축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경선 전북대 교수도 “농가 소득 창출을 위해 스스로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곳은 있지만 이마저도 부작용이 많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양계협회는 난각 산란일자 표기 철회 등을 요구하며 한달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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