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품 최소 5% 가격인하
조합별 농약가격 직접 비교…유통거품 제거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글 싣는 순서>
(1) 농협, 농업인 실제 구매하는 ‘진짜 농약가격’ 내린다
(2) 100인 100색 조합의 ‘천태만상’ 속사정
(3) 시판의 딜레마 ‘제품 차별화냐, 가격인하냐’
(4) ‘진퇴양난’ 제조사의 속앓이
(5) 농약 유통, 거품과 투명 사이 새로운 이정표는

농협과 12개 작물보호제(농약) 제조사들은 최근 2019년 농약 계통구매단가를 일괄적으로 5% 인하키로 확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원제가격 인상 등 가격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가격인하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동안 일선 회원조합에 지급되던 장려금을 축소해 구매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이어 농협은 조합에서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이용고배당 중 일부로 농약 판매가격을 추가 할인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여기서 나아가 조합별 농약 판매가격을 농업인이 직접 비교·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어서 농약유통구조의 대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농약 계통구매 계약과 관련해 실시된 장려금 인하가 미칠 영향과 각계의 입장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에누리 없는 진짜 5% 인하

올해 농협 계통구매 계약에는 총 12개사가 참여해 1224개 품목(약 6100억원 규모)에 대해 일괄적으로 장려금 대신 5%이상의 가격인하를 합의했다. 특히 농협케미컬의 경우 바스타 등 10개 품목은 장려금을 폐지하는 실구매가 수준의 공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번 계약의 특징은 처음으로 계통판매되는 농약 전 품목에 대해 동일한 가격인하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농협은 계통구매 단가에 대한 지속적인 가격인하를 요구해왔으며 그 결과 2016년 0.8%, 2017년 3.3%, 지난해 1.2%의 가격을 인하했다. 하지만 이는 평균가격이었다. 모든 품목에 적용된 가격인하가 아니었던 만큼 제품별로 가격인하 효과차이는 컸다.

실제로 평균가격으로 가격이 인하되던 최근 몇 년의 경우 인기제품이나 신제품 등 각 사의 주력제품군은 할인이 적용되지 않거나 낮은 할인율이 적용됐다. 이는 가격인하가 비인기 제품에 집중돼 정작 농업인이 원하는 제품은 가격인하 효과가 미미했던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통으로 공급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동일하게 최소 5%의 가격이 인하된 것이다.

# 조합 아닌 농업인 구매가격 손본다

이번 가격인하와 관련해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은 조합 구매가격이 아니라 실수요자인 농업인에 대한 구매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계통구매가격과 농업인 구매가격의 결정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계통구매는 조합의 거래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농협경제지주가 일괄구매해 조합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계통구매 가격은 일괄구매가격으로 조합이 농약을 공급받는 가격이자 판매의 기준가격이 된다. 조합은 이 가격을 기준으로 농업인에 대한 판매가격을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기존 가격인하가 제조사의 공급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조합의 구매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분명히 거뒀음에도 조합별로 많은 편차를 나타냈던 것이다.

또한 농협경제지주는 제조사로부터 구매물량에 따른 일정비율의 장려금을 지급받고, 이를 다시 조합에 분배하는데 이에 대한 활용도 조합의 재량권 아래 있는 게 일반적이다. 만일 조합에서 마음만 먹으면 가격인하 분이나 장려금을 농업인이 아닌 조합을 위해 취할 수도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번 계통구매 계약에서는 나중에 제조사로부터 받게 되는 장려금 5%를 줄여 가격을 인하한 것이다.

이와 함께 조합의 이용고배당 등을 농약구매시 우선 적용해 할인하는 추가할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조합별 농약가격을 농업인이 PC(농협 영농정보사이트)나 모바일(농협하나로앱)을 통해 직접 비교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농약 판매가격 알림서비스’(가칭)를 제공, 농약 유통의 거품을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이번 계통구매 가격인하와 조합의 추가적인 가격인하 유도로 1570억원 가량의 농가 영농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업인에게 실질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는 농협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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