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정신이 귀한 자산이죠
3월로 20년 조합장직 마감
농업인 위해 조합장하는 보람 커
'최선을 다하자' 경영 철학으로 자산 900억 복지농협 반열에 올려
판매사업·친절봉사 1등 쾌거도

[농수축산신문=김창동 기자] 

“사람은 항상 끝이 좋아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변함없이 내 할일을 하겠습니다.”

오는 3월로 20년 조합장직을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최익열 보령 천북농협 조합장은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조합이 부실화돼 조합재정이 거덜 나고 조합원들은 출자금을 다 빼 나간, 그야말로 빈껍데기만 남은 조합을 자산 900억원의 복지농협 반열에 올려놓기까지는 그는 남다른 향토애와 열정이 모든 동력의 원천이 됐다.

굴 축제로 유명한 천북면 장은리 출신인 최 조합장. 그는 항상 너그러운 표정과 웃음으로 화합을 강조하는 조합장이요, 촌장이며 친한 선배다. 또 마당발이다. 보령시 시의원으로 한번 외도한 것 빼고는 일평생을 천북농협에 몸 바쳤다. 조합직원 20년에 조합장 20년, 40년 세월이 그렇게 갔다. 그는 농민신문 이사를 연임할 정도로 외연을 넓히는 데도 신경썼다. 약체 시골조합의 약점극복을 위한 둔덕 쌓기였다.

그는 농촌·농협에 관한 일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뿜어내는 괴력의 소유자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규모 매머드 회합장소에서 “농정활동은 우리 최 조합장처럼 해야 한다. 내가 한여름에 현장에 갔더니 직접 손수레에 수박을 싣고 다니며 더위 속에 수고하는 농업인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며 같이 고생하더라”고 여러 번 추켜세우기도 했다.

최 조합장은 인터뷰 차 들른 기자에게도 이왕에 왔으니 하나로마트 구경 좀 하라며 매장으로 이끌었다.

그는 “우리 하나로마트 물건 구색이 도시마트 못지않다.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무거운 구매품은 조합에서 배달해 준다”고 최근 확대 오픈한 하나로마트를 자랑 겸 홍보했다.

어찌 보면 변죽이 좋은 조합장이다. 안 되는 일이 있으면 될 때까지 쫓아다니는 집요한 마당발이다. 그 열악한 해변가 낙후지역 천북이라는 불모지에 벼 건조장, 절임배추공장, 김치공장, 주유소, 하나로마트 2곳, 영농자재센터를 건립하고 보란 듯이 본점청사를 지으며 당기순이익 연 5억원 이상 내는 조합이 됐다.

최 조합장은 고령의 조합원들을 챙기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본인 스스로가 77세 고령이라 더욱 그렇다. 천북농협 노인조합원들은 이런 최 조합장의 배려로 해마다 선진지 견학을 가고, 노래부르고, 춤을 추며 즐겁게 살려고 애쓴다.

조합이 커지고 지역이 발전하니 더욱 천북이 좋아졌다. 천북은 지금 보령시에서도 장은리 굴 축제와 축산단지조성에 투자를 크게 하는 지역이 됐지만 과거 1970년대 뽀얀 먼지 이는 신작로에 하루에 2번 노선버스 드나드는 낙후지였다.

최 조합장은 “1600여명의 조합원이 단결하면 뭐든지 해 낼 수 있다. 그동안 다져진 협동정신 하나가 우리의 귀한 자산”이라며 “판매사업에 매진해 농업인들이 좋아라할 때 조합장하는 보람이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판매사업 1등, 친절봉사 1등은 괜히 받은 것이 아니다. 모두 조합원과 직원들의 혼연일치돼 그만큼 땀을 흘린 결과”라며 면면히 이어지는 전통과 상부상조의 농촌정신을 강조했다.

농작업기계가 없어서 절구통이나 드럼통을 눕혀놓고 땡볕에서 보리타작을 하던 추억담으로부터 오늘날의 천북농협 발전사를 천천히 음미하는 그의 표정이 진지했다.

최 조합장은 “‘무슨 일이던 최선을 다하자’, ‘끝이 중요하다’가 경영철학이고 인생 모토”라면서 “그동안 협동, 농업·농촌 발전에 목숨 걸고 산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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