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겨냥, 과감한 변신
소득-고급층 구분·거품 확 뺀 변화

[농수축산신문=길경민 기자] 

농협중앙회 유통자회사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해를 넘겨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농산물유통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밀려 농협중앙회 소매유통 통합이 화두로 떠올랐으나 노조간의 갈등 등 산적한 문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그러는 사이 농산물 소매유통의 주류인 민간 대형유통업체들의 변신은 과감하다. 성장가능성이 희박한 민간 대형유통업체들은 온라인을 비롯해 계층별 맞춤형 매장 출점, 외국의 성공모델 벤치마킹 등을 통해 빠르게 내달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연말까지 소매유통 통합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으나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경쟁업체들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간 대형유통업체들의 변신에 비해 늦긴 했으나 지금이라도 소매유통 통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상)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대형유통업체
   (하)농협 유통자회사 통합만이 살길이다
 
그동안 전통시장, 백화점 등이 소매유통의 주류를 이루다가 1990년대 초 할인점 형태의 대형매장이 등장했다.

이마트가 일본의 자스코를 벤치마킹해 1993년 서울 창동에 대형매장 1호점을 낸 게 그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소위 신유통이라 일컬어지는 유통트랜드의 출발인 셈이다.

그 후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가세하면서 2010년까지 전국에 걸쳐 500여개의 대형매장이 들어섰고, 대형유통업체가 신유통을 주도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쾌적한 환경과 원스톱쇼핑이란 편리성을 내세우며 등장한 대형유통매장에 소비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는 상권 늘리기에만 혈안이 된 채 지역상권이 죽어가는 것에는 등한시 했다.

소비자들의 니즈(needs, 요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한 대형유통업체들이 대형매장을 잇달아 개점하면서 유통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전통시장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동반성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 같은 주장은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으로 이어졌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일제를 도입한 게 그것이다.

신유통이 등장한 지 20여년이 흐르는 사이 소비자들의 유통니즈도 변하기 시작했다. 1인가구의 증가와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량구매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 것이다.

소량구매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니즈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과 맞물려 대형유통업체들의 호황은 2010년을 정점으로 기세가 꺾였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새로운 유통형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종합쇼핑몰인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강력한 등장도 대형유통업체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대형매장으로는 더 이상의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소득층을 구분하거나 회원제로 운영하는 매장 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유통매장을 통한 변화를 꾀한 것이다.

이마트가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를 운영하고, 매장내에 고급층을 겨냥한 ‘PK마켓’을 설치하는 하면 991.7㎡(300평) 이하의 매장을 인수해 쇼핑의 거품을 확 뺀 ‘노브랜드’ 매장으로 전환한 것이 이 같은 소비자니즈를 간파한 것이다.

롯데마트도 소극적이긴 하지만 이마트의 트레이스클럽을 흉내낸 ‘빅마켓’을 런칭하는 것을 비롯해 서초 등 부촌의 지역점포를 프리미엄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신세계는 그동안의 변화로도 성에 차지 않자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 무역센터에 ‘삐에로쑈핑’ 1호점을 개점하는 등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다가 변화의 속도까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