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금·판매가격은 수익성과 연결
인건비·재고관리비 등 부담, 조합운영에도 타격
장려금 축소에 따른 가격할인 조합 아닌 중앙회 공로
조합장 선출직에 조합 민감 반응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글 싣는 순서>

(1) 농협, 농업인 실제 구매하는 ‘진짜 농약가격’ 내린다

(2) 100인 100색 조합의 ‘천태만상’ 속사정

(3) 시판의 딜레마 ‘제품 차별화냐, 가격인하냐’

(4) ‘진퇴양난’ 제조사의 속앓이

(5) 농약 유통, 거품과 투명 사이 새로운 이정표는

 

올해 계통으로 유통되는 모든 농약(작물보호제)에 대해 일괄적으로 5% 이상의 가격인하가 실시되는 만큼 농업인의 영농비 절감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농약 계통계약이 장려금 축소를 통한 가격인하였으며 농업인의 실질적인 가격비교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일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조합도 있다. 장려금과 농업인에 대한 판매가격은 조합의 수익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조합 운영은 돼야

대다수의 조합들이 농업인을 위해 농약 가격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안정적 운영 등 지속가능성을 두고는 사정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특히 전체 사업 가운데 경제사업 비중이 높은 조합이나 경제사업 수익 중 농약 판매 비중이 높은 조합 등에서는 장려금 5%는 선뜻 줄이기 쉬운 액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려금 축소나 가격인하 분에 대해 신용사업 수익으로 충당키 어려워 인건비, 재고관리비 등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경제사업 규모가 큰 조합도 장려금 축소에 따른 충격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사업 규모가 큰 조합의 경우 이번 장려금 축소로 조합의 수익 수십억원이 사라지기 때문에 조합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농약판매량이 많은 조합의 경우 자체 거래교섭력이 있는 만큼 계통이 아니라 직접 제조사와 거래계약을 체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우린 이미 20% 인하해서 팔고 있는데

높은 경제사업 실적이나 신용사업 수익을 바탕으로 이미 농자재가격에 대해 추가할인을 진행하고 있던 조합도 고민에 빠졌다. 기존에 계통구매단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농업인에게 공급을 해왔던 만큼 이번 가격할인과 관련해 조합이 안게 되는 부담을 더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용사업이 활발한 수도권에 위치한 조합의 경우 이미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경기 화성시 팔탄농협의 경우 지난해 영농자재 자체 보조지원을 실시해 조합에서 판매하는 모든 농약에 대해 매출액의 20%를 사후 정산해서 지급하는 등 고율의 가격인하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미 평균 7%의 자체 가격인하와 이용배당을 통한 지원을 실시해왔던 대구경북능금농협은 이번 가격인하에 발맞춰 추가로 10%를 더 인하해 총 17%의 가격인하를 실시할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대구경북능금농협 관계자는 “농협이 농업인을 위해 농자재 가격을 낮추는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며 “다만 기존 할인 등 지원에 추가 할인까지 더해지면 조합의 부담이 큰 만큼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농협중앙회 차원의 지원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가격인하는 조합이, 생색은 중앙회가?

이 같은 경제논리 외에 정치논리도 작용한다. 기존에 조합에서 자체 가격할인이나 이용고배당을 통한 지원을 실시할 경우 조합장의 치적으로 꼽혔던 반면 이번 장려금 축소에 따른 가격할인은 조합이 아닌 중앙회의 공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장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조합에 따라서는 이러한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조합의 자체적인 가격할인이나 많은 이용고배당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조합장의 의지와 영향력이 크다”며 “선출직인 조합장은 이를 통해 조합원들로부터 호평을 얻는데 제도적으로 할인이 되는 구조가 된다면 이는 중앙회(경제지주)의 공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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