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통합은 변화의 시작…흉내라도 내야
비용 절감·조직 효율성 높여
농산물 판매 확대할 수 있어
통합 후 시너지까지 기대

[농수축산신문=길경민 기자] 

대형유통업체의 변화는 결국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매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접어든데다 1~2인 가구 등 핵가족의 급속한 증가 때문이다.

즉, 대가족시대에 필요했던 대량구매에서 소량 다품목시대로 접어든 시대에 더 이상 대형유통매장이 유통시장의 강자로 군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이나 편의점 등이 새로운 유통형태의 주류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정체내지 쇠락할 수 밖에 없는 대형유통업체들의 선택지는 분명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마트가 복합몰 운영을 비롯해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등 다른 형태로 변화를 거듭하며 치고 나왔고, 롯데마트도 이마트를 소극적으로 따라가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매장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도 매출을 지속적으로 견인한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어서 이들 대형유통업체들은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농협중앙회 유통자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대형매장들도 이 같은 변화에 동참해야 치열한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산 농산물 유통의 메카란 농협의 강점을 살리면서, 유통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매유통 트렌드의 변화주기가 통상 20년인 점을 감안해 볼 때 대형매장이 처음 국내에 들어선 1990년대 초부터 따져보면 이미 한 주기하고도 10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늦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민간 대형유통업체들이 빠르게 급변하는 소매유통환경에 대응해 온 것과 비교해 보면 농협은 안주해 온 것에 다름이 없다. 최소한 흉내라도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늦게나마 온라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농협몰’을 만들었으나 오프라인 매장과의 호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편의점 형태의 소형매장도 이제 시작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5개의 유통자회사를 통합할 경우 비용절감 부문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통합 후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을 비롯해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부경유통, 농협대전유통 등 소매유통 자회사들의 통합은 비용을 절감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 농산물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돼 왔다.

농협의 소매유통 자회사들은 개별법인 형태로 운영하면서 독립적인 마케팅과 농산물 구·판매를 실시해 왔다. 그렇다 보니 농협이란 같은 브랜드를 달고도 운영은 독립적으로 해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되는 구조였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농협 유통자회사도 유통시장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망하는 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

지난 3년간의 지루한 통합 논의를 끝내고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한 첫 발을 떼야 한다. 농협이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경제지주회사를 만들면서 판매농협으로 거듭 날 것을 제1의 모토로 삼은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할 때다.

더욱이 농협 유통자회사들의 운명은 유통자회사 직원들에 앞서 농업인들의 운명과 함께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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