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바닷모래채취, 끝나지 않는 갈등 (1) 바닷모래채취, 무엇이 문제인가
EEZ채취단지, 16년이면 동나…해양파괴적 준설방식도 심각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EEZ채취단지, 채취물량 16년치 남아

- 동나면 또다른 채취단지로 이동 가능성…사회적 갈등·비용증가 요인

- 채취지역 어류 생산량 78% 가량 줄어…수산자원감소와 정부·골재업계 대응에 어업인 '분노'

-골재업계,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 '미미' 주장

 

▲ 장기간에 걸친 모래채취로 해양생태계 훼손과 수산자원감소가 심각, 어업인과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EEZ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어업인들은 바닷모래채취로 어류의 산란장과 생육장이 파괴돼 수산자원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바닷모래채취를 전면중단할 것을 주장한다. 반면 골재업계와 건설업계에서는 바닷모래채취가 중단될 경우 골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채취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2년까지 바닷모래가 전체 골재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 수준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논란과 향후 과제에 대해 집중 분석한다.

(1) 바닷모래채취, 무엇이 문제인가
(2) 대책없는 정부, 갈등 키웠다
(3) 수산업계 요구사항은

(1) 바닷모래채취, 무엇이 문제인가

# 20년간 남산 9배를 파냈다
지난 20년간 동·서·남해의 해역에서는 남산의 9배가 넘는 바닷모래를 채취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골재공급실적은 26억3293㎥로 이중 바닷모래채취량은 4억6099만㎥를 기록했다.

남산의 규모가 500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년 동안 남산의 9배가 넘는 바닷모래를 파낸 것이다.

또한 국내 전체 골재공급실적에서 바닷모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7.5%를 기록했고 모래골재 공급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공급량의 34.4%가 바닷모래였다. 전체 골재공급원에서 차지하는 비율만 따져도 일본의 바닷모래 비중인 3.9%의 4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며 영국에 비해서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해역별로는 동해와 서해, 남해 등 모든 해역에서 이뤄졌다. 특히 하천으로부터 모래퇴적량이 많은 서해의 경우 1984년 이후 30여년간 2억9000만㎥에 달하는 바닷모래가 채취됐다.

# 서해, 풀등이 사라진다
서해 수역에서는 장기간 지속되는 바닷모래채취로 풀등이 사라져가고 있다.

풀등은 강이나 바다 가운데 모래가 쌓여 그 위에 풀이자란 모래섬을 의미한다. 특히 인천대이작도 앞바다의 풀등은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풀등이 장관을 이룬다. 이 때문에 인천시에서도 대이작도 주변구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서해지역에서 바닷모래채취가 시작되면서 풀등이 줄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대이작도와 사승봉도의 풀등은 250만㎥였지만 2007년 조사에서는 66만㎥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풀등이 줄어들면서 어족자원의 씨는 마르고 있다.

풀등이 있는 곳은 꽃게와 광어, 새우 등의 산란장인 동시에 서식지였다. 하지만 풀등의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어획량도 줄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인천시와 옹진군은 바닷모래채취를 또다시 허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인천시는 한국골재협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9월 옹진군 선갑도 인근해역을 바다골재채취 예정지로 지정고시했다. 지정된 예정지에서는 관련 절차를 거쳐 옹진군이 허가를 낼 경우 7개 광구에서 1785만㎥를 채취하게 된다.
 
# 공익위한 양보, 골재업계 배만 불렸다
남해 EEZ바닷모래채취는 부산의 신항건설 등 국책사업의 골재를 공급하기 위해 개별업체에 대한 남해 EEZ골재채취가 허가 됐다. 이후 국책사업의 안정적 골재공급과 골재공영제 등을 위해 2008년부터 남해와 서해EEZ골재채취단지를 지정·운영하게 됐다.

어업인들은 당초 바닷모래채취가 공익을 위한 국책사업이었던만큼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공익을 위한 어업인의 양보는 골재업계의 배를 불리는 것으로 귀결됐다. 당초의 채취목적은 국책사업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내 민수용으로 그 용도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9월 남해 EEZ골재채취단지 1차 지정 변경을 통해 그동안 국책사업으로 한정했던 바닷모래를 민수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민수용으로도 바닷모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 한국골재협회는 수년간 두지 않던 상임부회장을 채용했다.

2011년 1월에는 임모 전 부산지방항공청 관리과장이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했으며 2014년에는 신모 전 국토부 낙동강 홍수통제소장이 취임했고 2016년에는 심모 전 국토부 항공자격과장이 상임부회장에 올랐다.

정부와 골재업계간의 유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낙하산 부회장이 내려가자 바닷모래채취량도 늘었다. 2008년 280만3000㎥였던 남해 EEZ바닷모래채취단지의 채취량은 2010년 627만㎥, 2013년 927만4000㎥로 늘어난데 이어 2016년에는 1167만1000㎥까지 증가했다.

2012년부터 5년간 채취한 바닷모래는 4626만1000㎥인데 이중 국책사업으로 이용된 물량은 676만9000㎥에 그쳤다.

민수용 바닷모래채취량이 늘면서 골재채취업체와 레미콘 업체는 막대한 부를 쌓았다.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 부산 사하갑)에 따르면 모 레미콘 업체는 한해 당기순이익만 76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 자연회복 불가능한 남해 EEZ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의 바닷모래채취는 자연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의 발주로 실시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방안 연구(VI)’와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해역이용영향평가서 등 연구결과에서 보면 골재채취로 변형된 해저지형은 원상태로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접한 일본에서 실시한 연구결과에서도 바닷모래는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돼 형성된 화석자원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해저지형의 변화는 회복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희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남해 EEZ에 퇴적된 모래는 1만5000여년전 간빙기때부터 현재까지 육상환경에서 퇴적된 퇴적물이며 육상으로부터 모래의 퇴적이 멈춘 상태에서 모래를 준설할 경우 복원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저지형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골재업계 등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광구별 휴식년제 등의 제도로는 모래채취에 따른 피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주요 하천이 댐 등으로 막혀 하천에서의 모래유입이 차단된 상황에서는 회복이 더욱 늦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본 사가현의 경우 모래채취가 끝난 후 5년이 지나도 해저지형에 큰 차이가 없었으며 후쿠오카현 연안에서는 5m깊이로 파헤쳐진 해저지형은 모래채취가 끝난지 20년이 지나도 1~4m만 회복되는데 그쳤다.

# EEZ채취단지, 16년이면 동난다
현재 지정된 서해와 남해의 EEZ채취단지의 모래부존량은 16년이면 동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30일 고시한 서해 배타적경제수역내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고시문에 따르면 서해 EEZ의 골재부존량은 1억6707만㎥로 이중 채취가능량은 1억2656㎥다.

또한 2016년 12월30일에 고시된 남해 배타적경제수역내 골재채취단지 변경지정 고시문에 따르면 남해 EEZ의 골재부존량은 6773만㎥이며 이중 채취가능량은 4504만㎥다.

서해와 남해 EEZ에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연평균 1164만㎥의 바닷모래를 채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서해와 남해 EEZ에서 채취할 수 있는 바닷모래는 겨우 16년치 채취물량 수준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연안의 바닷모래채취가 어려워지자 더욱 먼 거리인 EEZ로 채취하려했던 그간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현재의 채취단지의 바닷모래가 동나면 또다른 채취단지를 찾아나설 공산이 크다. 이는 또다른 갈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어업인들은 바닷모래채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대규모 해상 시위를 벌인 바 있다.

# 수산자원감소로 이어진 모래채취
어업인들이 바닷모래채취에 분노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산자원감소와 이에 대한 정부 와 골재업계의 대응이다.

골재업계에서는 전남대가 작성한 어업피해조사 연구용역 등을 바탕으로 바닷모래채취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수산업계는 바닷모래채취 해역의 수산물 분포밀도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부유사 등으로 인해 해양생물의 먹이활동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이 2009년 실시한 ‘해사채취에 따른 수산자원분포 및 변동연구’에 따르면 남해안 욕지 남방 해사채취단지 주변 105, 106해구에서 조업한 어선은 우리나라 전 근해에서의 어획지수보다 낮았으며 단위노력량 어획량 또한 줄었다.

또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05년 실시한 ‘해사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방안’ 보고서에서는 바닷모래를 채취한 옹진군 덕적도, 문갑도 등의 해역에서 우럭, 광어 등 어류생산량이 바닷모래채취전에 비해 78%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실시한 ‘부산신항만 건설공사용 바닷모래채취 어업피해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바닷모래채취구에서는 어류가 9종 출현했다. 반면 채취를 하지 않은 대조구에서는 23종의 어류가 출현해 바닷모래채취구의 출현어종이 매우 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충남연구원의 ‘충청남도 바닷모래채취에 따른 연안해역영향평가’ 보고서에서도 바닷모래채취는 단기적인 피해를 입는 어종은 어란, 치어 등의 단계에서도 피해를 입어 해당 개체군의 전면적인 피해로 나타나고 이는 곧 장기간의 회복기간 동안 수산물 어획량 감소를 초래한다고 밝히고 있다.

# 연안침식으로 이어지는 바닷모래채취
바닷모래채취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마저 위협하는 연안침식의 직·간접적 요인이 된다.

2004년 해수부가 발표한 연안침식방지종합대책에 따르면 해사채취는 연안침식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가운데 산림녹화와 댐건설 등 하천정비로 내륙으로부터의 모래유입이 감소하면서 기존의 공급과 채취의 균형상태가 깨질 경우 연안침식은 더욱 빨라진다.

전남 신안군과 인천 옹진군, 충남 태안군 등 바닷모래채취가 이뤄졌던 지역이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연안침식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연안침식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투입, 복구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신안군은 과거 바닷모래채취를 허가하며 165억원 가량의 세입을 올렸다. 하지만 바닷모래채취가 시작되면서 해안침식이 빠르게 진행됐다. 신안군은 결국 연안침식을 복구하기 위해 531억원의 세금을 투입했다.

신안군의 연안침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신안군이 2016년 해안침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증도, 임자, 비금 등 8개 읍면 13개소 10.85km의 해안선에서 모래가 유실되며 해안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증도와 비금, 자은, 임자 등의 지역은 급속한 해안침식의 영향으로 방풍림이 훼손되는 등 실질적인 피해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학봉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2006년 작성한 ‘해사채취에 따른 해안침식피해의 경제학적 평가’ 보고서에서 “1985년부터 경기만 일대와 충남, 전남에서 이뤄진 바다골재채취로 인해 연안으로 유입되는 모래공급량이 감소, 모래해안의 침식에 영향을 줬다”며 “해사채취문제는 개발과 환경보존간의 갈등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공공자원의 비효율적인 이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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