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가격인하에 대응방안 마련 '부심'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글 싣는 순서>

(1) 농협, 농업인 실제 구매하는 ‘진짜 농약가격’ 내린다

(2) 100인 100색 조합의 ‘천태만상’ 속사정

(3) 시판의 딜레마 ‘제품 차별화냐, 가격인하냐’

(4) ‘진퇴양난’ 제조사의 속앓이

(5) 농약 유통, 거품과 투명 사이 새로운 이정표는

 

농협 스스로 ‘농약가격 혁명’이라 지칭하는 이번 농약가격 인하 계획은 단순히 장려금 축소를 통한 조합의 가격인하 유도 이상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계통구매가격 5% 인하에 호응해 조합에서도 농업인 구매가격을 인하하는 만큼 조합과 경쟁하는 시판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제조사의 매출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농협 가격인하 시판에 후폭풍 예고

장려금을 축소해 인하한 계통구매가격 5%와 조합에서 이용고배당을 선할인해 진행키로 한 가격인하분을 합하면 조합을 통해 농업인이 구매하는 농약가격의 10% 가량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농약시장에서 2000개소 가량의 농협 본소와 지소를 통해 유통되는 농약의 비중이 50%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이번 농협의 가격인하가 전체 농약시장가격에 미칠 영향은 실로 막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농협은 지역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시판이 이러한 농협의 선제적 가격인하 정책에 따라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시판에서는 이번 농협의 가격인하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나타내며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 관계자는 “일선에서 농협과 경쟁해야 하는 회원사들의 입장에서 이번 농협의 가격인하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가격을 맞추려면 조합과 마찬가지로 시판도 수익이 크게 줄텐데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제조사 협조 이끌 수 있을까?

이번 농협의 가격인하 정책에 대응해 시판은 비슷한 수준의 가격조정을 하거나 판매하는 제품을 농협과 달리하는 차별화 전략 가운데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격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조합들과 마찬가지로 수익 감소로 이어지며 제품 차별화는 농협과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방향으로 대응을 추진하더라도 제조사와의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쉽게 답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을 인하키 위해서는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데 이는 제조사에 추가적인 장려금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역시 제조사와의 조율이 필요한데 실상 손실분을 제조사에 떠넘기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수용 가능성은 미지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거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공동 노력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15개 회원조합별로 신청을 하는 방식을 통합해 1개의 구매채널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농협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다른 제품군을 갖추는 방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농약 가운데 몇 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느냐 보다 인기 있는 제품이나 신제품을 얼마나 많이 보유·판매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인데 이들 제품의 경우 농협에서도 당연히 수요가 높다. 따라서 제조사와의 독점계약이 필요한데 이러한 독점계약은 제조사와 농협의 갈등의 원인이 되면서 최근 축소 추세인 만큼 이를 일시에 늘리는 일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 늦어지는 발주에 제조사도 전전긍긍

이처럼 시판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제조사는 벌써부터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농협이 장려금 축소를 통한 가격인하를 추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조합의 반발이 있는 만큼 시판에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해나가겠다는 입장으로 계약을 지체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농협 계통구매 계약이 끝난 후 1월이면 시판 계약이 진행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시판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시판 발주가 진행되지 않으니 벌써부터 올해 매출 걱정이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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