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출구 안 보이는 산란업계 위기,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 (中) 계란 ‘고시가≠농가 수취가’, 누가 득 보나

고시가격에 따라 중간마진 오르락 내리락 이문예 기자l승인2019.02.0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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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산란계 농가들은 후장기 제도와 이에 동반되는 가격할인(D/C)이 산업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가들이 말하는 D/C는 농가가 실제 수취하는 가격과 대한양계협회가 고시해온 기준가격 간의 차이를 말한다. D/C의 폭을 키우는 데에는 농가 수취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고시가격의 상승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上) 고질적 병폐 ‘후장기’에 농가 몸살
  (中) 계란 ‘고시가≠농가 수취가’, 누가 득 보나
  (下) 위기탈출 해법은 
 

가격 격차 커질수록
D/C 심화되는 등 부작용
산란계 농가에 피해 고스란히

고시가격, 실제가격으로 반영 안돼
대군 농가 중심으로 계란 가격 결정
고시·농가수취 가격 차이 커

 

양계협 산지가격 발표 잠정 중단

현재 농가의 수취가격이 2017년 통계청이 발표한 계란 생산비인 개당 112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까지 떨어지도록 D/C가 적용된다는 것이 일차적으로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단순히 D/C의 폭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어 고시가격의 인위적 상승도 채란업계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대한양계협회가 계란 산지가격의 발표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양계협회는 지부에서 조사한 계란 가격을 취합, 고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부가 조사·결정한 가격과 D/C 등을 통해 실제 농가가 수취하는 금액 간의 격차가 커지자 급기야 가격 발표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양계협회가 이처럼 자신들이 발표해온 가격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자인하면서까지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계협회는 종종 고시가격과 농가 수취가격이 거의 2배 이상까지도 차이가 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산란계 농가에 전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가격 격차가 커질수록 오히려 D/C가 더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본 것이다.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A 씨는 “고시가격과 농가 수취가 간의 차액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선량한 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른 산란계 농가 B 씨도 “농가들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받고 폐업 직전에 몰렸는데 엉뚱한 사람들이 고시가격과 농가 수취가 차액을 이용해 배를 불리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 지난 1월 28일 대한양계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후장기를 중심으로 한 유통상인들의 가격 담합과 불공정 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시가격이 올라가면 유통상인만 이득?

농가들은 이 같은 차액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유통상인들이라 지적한다. 계란 유통 시 기준이 되는 가격이 양계협회의 고시가격이다보니 이 가격이 높을수록 중간에서 얻는 이득이 커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통 상인이 농가에 70원을 주고 계란을 사왔어도 다른 도·소매점과 양계협회의 고시가격인 120원을 기준으로 거래하게 되면 기본 이윤에 더해 계란 한 개당 50원, 30개들이 한 판당 1500원의 순이익이 추가로 생긴다. 1톤 차량 한 대에 보통 1000판, 3만개의 계란이 실리는데 한 번에 보통 3~5톤 차량을 가득 채워 이동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50만~750만원 정도의 차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A 씨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한 번에 수백만원을 거저 얻을 수 있으니 자꾸 고시가격을 올리라 압박하고 농가에 가격을 후려치려는(D/C)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실제 거래한 가격 그대로 고시하고 그걸 기준으로 적당한 선에서 유통상인들이 중간 마진(이익)을 얻으면 가장 좋은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물고 물리는 ‘가격할인(D/C)’ 

하지만 계란 유통 상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후장기 거래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농가의 주장처럼 도·소매점에 고시된 가격으로 계란을 판매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수십 년간 계란 유통업에 종사해온 C 씨는 “물론 농가들 주장처럼 차액만큼 크게 이득을 보는 유통상인도 일부 있겠지만 고시가격에도 D/C를 적용해 계란을 넘기는 게 보통”이라며 “업계 상황을 빠삭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도·소매업자들이 ‘농가에도 D/C가 들어가는 걸 알고 있으니 이만큼 D/C 해달라’ 통보하듯이 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농가와 유통상인 간의 D/C 외에도 유통상인과 도·소매업자 사이에 존재하는 또 다른 D/C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산란업계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C 씨는 이어 “농장 수취가격보다 더 높게 산지가격을 고시한다고 해서 우리 같은 유통상인들이 이득을 보는 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도 가격을 제대로 고시하면 나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계협회의 고시가격이 높아질수록 가장 많이 이득을 보는 쪽은 농장과 유통을 병행하는 일명 ‘대군 농가’라 불리는 대규모 농장이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학교급식이나 군납의 경우 양계협회의 고시가격대로 유통하기 때문에 이를 주로 맡아 하는 대군 농가가 고시가격을 높여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도·소매점 등을 통해 유통할 때에도 고시가격이 높아진만큼 농가 수취가격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입장에서 고시가격은 높을수록 좋다는 설명이다.  

양계업 관계자 D 씨는 “대군 농가는 생산비를 넘는 비용은 모두 이윤이 되기 때문에 도·소매업자들이 D/C를 크게 요구해도 부담이 적어 자꾸 고시가격을 올리려 한다”며 “고시가격이 20원 올라가도 어떤 경우 농가 수취가격은 20원이 채 안되게 올라가기 때문에 고시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보면 봤지 손해 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농가 어려움 증명 곤란…구제 요청도 어려워

양계협회의 고시가격은 실제 거래 가격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희망가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가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양계협회는 지역별로 위원장 1명, 위원 6명을 둔 난가조절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계란 고시가격이 조사·결정된다. 일각에선 일부 지부의 난가조절위원회 구성원이 대군 농가 중심이어서 이들이 스스로의 이득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계란 가격이 결정되다보니 고시가격과 농가 수취가의 차이가 자꾸 벌어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열린 양계협회 채란위원회에서는 산란계 농가들이 일부 지부를 향해 산지가격을 제대로 조사해 고시해야 한다며 열을 올리기도 했다. 

농가들은 이 같은 높은 고시가격 설정으로 정작 어려울 때 정부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말한다. 정부에 사료 구매 자금 저리대출이나 정책자금 상환 유예 등 지원을 요청하고 싶어도 양계협회가 발표하던 고시가격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문예 기자  moonye@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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