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진정 신선하고 안전한 계란을 공급하고자 하는 일이 맞습니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묻고 싶은 말이다. 

오는 23일부터 시행될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를 두고 곳곳에서 논란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어쩐지 평온해 보이는 식약처의 의중을 도무지 모르겠다. 

이미 계란 관련 전문가들과 언론은 계란 껍데기에 산란일자를 표시하는 것이 계란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없이 언급했다. 산란일자 표기보다 저온 유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여기에 꼭 따라붙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일단 시행해보고 추후 보완과정을 거치면 된다는 입장이다. 물론 입장이 견고하니 주변에서 들려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다.  

산란일자 표기는 얼핏 들으면 그 무엇보다 확실한 계란 안전대책처럼 보인다. 모든 신선먹거리가 그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질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시간보다 온도가 계란의 신선도를 더 크게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하나만 보고 둘은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당일 생산된 신선한 계란을 샀지만 그날 저녁 확인하니 못 먹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더라는 이야기, 그게 한 여름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은 왜 계란의 온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지 말해준다.

2017년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계란 안전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선 국민 앞에 내놓은 주요 대책이 살충제·항생제 계란의 유통 차단에 대한 것이 아닌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와 식용란선별포장업이었다. 핵심은 쏙 빠지고 그럴 듯한 허울만 남았다.

식약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예속돼 행동을 고집하는 ‘행동편향’에 빠지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산란일자 표시제의 시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에 대한 일종의 기만행위다. 동시에 국민의 불신을 자처하는 일이기도 하다.

“계란을 고를 때 생산일이 가까운 상온 보관란을 사야 할까요, 생산일이 조금 멀어도 저온 보관란을 사야 할까요?”

식약처는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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