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가격부담·소비 위축으로 재고량 많아…소비상황 파악해 계획 출하해야
축산선물세트 강세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온라인에서는 수입육 판매가 주

[농수축산신문=안희경·박현렬·이문예·송형근 기자]

민족 대명절이자 농축산물 최대 대목인 설이 지났다. 올해 설 대목을 맞아 사과·배 등 농산물은 대과 수급이 원활치 않아 가격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기대만큼의 판매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에 설 이후 재고량이 많아지면서 농가들의 세밀한 출하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반면 축산물은 전반적인 판매호조 속에 업태별로 뚜렷한 판매경향의 차이를 보였다. 백화점은 고가의 축산선물세트가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고 대형마트는 사전예약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국산 축산물의 판매보다는 수입축산물이 강세를 보이며 향후 온라인 시장에 대한 국내 축산업계의 별도의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 농산물

▲ 지난 1일 오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서울청과 과일 경매장에는 그간 사과, 배 중도매인 점포 재고로 인해 출하량이 조절돼 명절 대목의 모습을 느낄 수 없었다.

설 성수기 소비되지 않은 사과가 중도매인 점포에 많아 차후 소비 상황 파악 후 중·소과를 출하해야 농가 수취가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 높은 사과·배 가격에 혼합·실속세트 구매 선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기후의 영향으로 대과 물량이 적고 품위가 좋지 않아 사과, 배 가격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설 성수기(설 2주전부터) 가락시장 사과 평균 도매가격은 5kg 상품기준 5만원, 배 7.5kg은 5만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높게 형성됐다.

사과, 배 가격이 높게 형성되자 소비자들은 단품보다 혼합 선물세트를 선호했고 건강, 실속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구매했다.

대형유통업체에 따르면 청과류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지난해 대비 소폭 신장하는데 그친 반면 건강 관련 제품이나 실속, 정육 선물세트의 판매가 주를 이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 설에는 고객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청과류 선물세트보다 황금돼지해를 기념할 수 있는 선물세트와 정육 등의 판매가 늘었다”며 “건강상품은 지난해 대비 30% 가량 신장했고 정육, 갈비로 이뤄진 축산 상품군이 건강 선물세트에 이어 두 번째 신장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 사과·배 소비 위축으로 재고량 많아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사과, 배 선물세트가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굳이 차례상에 올리지 않고 일상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수입과일이나 감귤 등의 타 과일, 건강식품 등의 인기가 높았다.

또한 대형유통업체를 토대로 이뤄지는 명절 사전예약판매와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한 할인 등도 소비자들의 구매행태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락시장은 지난해보다 설 성수기 사과, 배 대과 전체 반입량이 30% 정도 줄었음에도 아직까지 중도매인 점포에 남아 있는 재고가 많다.

설 성수기 평균 사과, 배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30% 정도 높았지만 설 연휴가 다가올수록 가격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면서 명절 직전 가격은 하락했다.

가락시장에서 사과, 배 출하가 가장 많은 중앙청과의 경우 지난달 21~31일 사과 반입량은 834톤 정도로 지난해 동기(명절 2주전, 1018톤) 대비 200톤 가량 줄었다. 거래금액은 30억7375만원으로 지난해(33억2625만원)보다 7.6% 감소했다. 사과 대과 상품가격이 높게 형성된 반면 중품 이하의 가격은 낮았다. 사과 1kg 평균 가격이 3644원으로 지난해(3267원)보다 소폭 상승한 것을 보면 전체 가격은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는 지난달 21~31일 중앙청과 반입량이 939톤으로 지난해(1185톤) 보다 20.7% 줄었으며 거래금액은 34억2968원으로 지난해 동기(26억990만원) 보다 31.4% 늘었다.

배는 1kg 단가가 지난해(2200원)보다 1400원 가량 높은 3650원을 기록했다.

# 소비 상황 고려해 계획 출하 필요

중도매인들은 일반 가정에서 설 이후 사과, 배 소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10~15일 정도가 필요한 만큼 농가들은 경매사들을 통해 소비 상황을 파악하며 향후 출하를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중앙청과 과일팀 차장은 “기후의 영향으로 차례상에 놓는 사과 대과 비율이 적어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명절 연휴 직전 사과 소비가 위축됐다”며 “경매사, 중도매인들은 통해 재고 소비 여부를 파악한 후 중·소과 출하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혁 서울청과 과일부 부장은 “배는 사과보다 명절 직후 소비가 더딘 만큼 높은 가격을 기대하고 출하하기보다는 산지 저장고에 남아 있는 물량을 어떻게 계획적으로 출하할지가 관건”이라며 “설 명절 이후 배 가격은 소비감소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축산물

▲ 설을 맞아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등에선 냉장·프리미엄·축산가공식품 선물세트의 강세가 돋보였다. 사진은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 모습.

# 사전예약·냉장한우 매출 ↑

올해 대형마트 설선물세트 판매의 키워드는 ‘사전예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전예약 판매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2014년 21일이던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기간을 지난해 42일로 2배 가량 늘렸다. 다른 대형마트들도 점점 사전예약 기간을 늘리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사전예약판매를 포함해 축산물 설 선물세트 판매 금액이 6.3% 가량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도 사전예약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6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전예약 판매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매출액 중 사전예약 매출액의 비중도 늘고 있다. 이마트는 2014년 10%에 불과하던 사전예약 매출액이 점점 증가해 지난해 26%까지 크게 늘었으며 올해는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도 대형마트는 설 명절 축산물 선물세트로 한우가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는 올해 특별히 황금돼지 해를 맞아 돼지고기 선물세트를 다양하게 준비했지만 여전히 등심·안심·채끝 등과 같은 구이류, 국거리, 불고기 등의 소고기 부위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냉동보다 냉장 한우 선물세트로 소비자의 선호도가 옮겨가는 경향도 눈에 띈다.

이마트가 자체적으로 명절 한우 선물세트의 냉동·냉장 매출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15년 냉동 63.5%, 냉장 36.5%이던 매출 비율은 지난해 각각 57.9%, 42.1%로 격차가 줄었다. 이마트는 올해 냉동·냉장 매출 비율이 각각 55%, 45% 정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내년 설에는 냉장 한우 선물세트가 냉동을 처음으로 앞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프리미엄 제품 강세

축산선물세트의 강세속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띈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 중 축산 상품부문은 고객들이 건강 선물세트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찾은 부문으로 나타났다. 축산 상품부문은 본 판매 기간 동안 전체 매출의 24.8%를 차지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상품인 고가의 선물세트가 올해 실적 호조를 보였다. L-No.9 세트는 1++등급 한우 중 최상위 등급의 등심, 안심 등으로 구성, 135만원이라는 높은 판매가격에도 불구하고 완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평균 30만원 이상에 판매된 갈비 선물세트는 지난해 대비 10.5% 신장한 수치를 기록했다.

황금돼지 해를 기념해 출시한 ‘황금돼지해 기념상품’도 큰 인기를 끌었다. 8만8000원에 선보인 ‘동물복지 돈육세트’와 ‘흑돼지 돈육혼합세트’, 7만8000원에 판매한 ‘특수부위 돈육세트’ 또한 활발히 판매됐다.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정육 부문에서만 6.3% 신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명품한우 프리미엄 세트’는 15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준비한 100개의 세트를 모두 판매했으며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인 ‘화식한우세트’는 물량이 모자라 추가로 확보했던 900세트까지 완판을 기록하는 등 한우 선물세트가 호조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 홍보실 관계자는 “30만원 이상 프리미엄 상품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성장했다”고 말했다.

# 수입축산물·축산 가공식품 인기

온라인몰은 배송기간이 빨라지면서 축산식품 판매실적이 지난해 설대비 신장했지만 수입축산물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는 지난 설 대비 축산물 선물세트 연관 카테고리 판매가 15% 정도 신장한 가운데 수입육 판매가 40% 이상 신장했다. 육포나 수제햄은 물론 스팸같은 축산가공품 선물세트 판매도 55% 늘어났다. 반면 한우 선물세트는 지난해 설보다 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베이코리아도 지난 설 대비 수입육 판매가 50% 이상 늘어난 가운데 한우선물세트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온라인 몰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는 수입육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어 국내 축산물의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우의 경우 저가와 고가만 판매가 되고 중간가격대는 판매가 안되는 극명한 상황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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