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위한 아름다운 퇴장

[농수축산신문=김창동 기자] 

조합장 선거 출마 대신
후배들에게 기회 제공

씨름이 한창 국민 스포츠로 부상할 때 모래판의 신사로 이 아무개 선수를 꼽던 적이 있었다. 충남 홍성 갈산농협 이상구 조합장도 절도 있고 품위 있는 처신으로 조합장 선거판에선 신사로 꼽힌다.

이 조합장은 열화와 같은 조합원들의 성원과 측근들의 요구를 일축하고 “약속은 지켜야하고, 거취는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번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후진들에게 흔쾌히 자리를 내놓았다. 

그의 이런 지조 있는 처신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쉽지 않은 용단을 내려 지역에 아름다운 전통이 서게 됐다”며 감탄했다. 

갈산면은 백야 김좌진 장군을 비롯해 수북 김광현, 만해 한용운 등 지조있는 명사들이 즐비하게 거쳐 간 역사의 고장이다.

2006년 조합장을 맡은 이 조합장은 농산물 유통으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한 인물이다. 직원 30명, 자산 800억원 규모로 겨우 낙후조합 수준을 면하던 갈산농협을 당기순이익 16억원 이상을 올리는 당당한 조합으로 키웠다. 

이 조합장은 그동안 서울을 제 집 드나들 듯하며 농산물 판매에 매진했다. 때문에 영등포구, 강서구 강동구 출향인들은 홍성한우의 진가를 갈산농협 이동차량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조합장이 선도적인 역할을 한 도시조합과 자매결연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는 이제 다른 조합에도 많이 퍼졌다.

이 조합장은 “조합원, 직원, 조합이 힘을 합쳐 정직하고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니 도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입신출세하려고 조합장 선거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며 “주인의식을 갖고 마음을 비운상태로 헌신하지 않고는 결코 족적을 남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처럼 후배들이 더 잘 할 것”이라며 “대과없이 조합장직을 마칠 수 있게 도와준 조합원과 직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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