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上. 스페인산부터 브라질산까지
中. 유통을 바로 세워야
下. 국내산 소비확대는

 

1년간 돼지고기 수입
1톤 트럭 46만3521대 분량

‘463,521 & 47,593’ 

이 숫자는 지난 한 해 돼지고기 수입 물량과 새해 지난 1월 수입된 돼지고기의 양이다. 돼지고기는 1년간 1톤 트럭으로 46만3521대 분량이 수입되면서 검역기준으로 지난해 역사상 최대 수입량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연초부터 수입 돼지고기의 국내시장 공략이 거세다. 지난 1월에도 1톤 트럭 4만7593대 분량의 돼지고기가 들어온 것이다.

 

수입 돼지고기 국내 시장 공략 중

이처럼 돼지고기 수입량이 연간 40만톤을 넘어선 것과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유통시장에서 수입육의 빠른 국내산 대체를 주목하고 또한 우려하고 있다.

국내 유명 대형마트는 물론 이름만 들면 알만한 프랜차이즈, 온라인 등이 상당량의 수입 돼지고기를 취급중이다. 

실제로 매년 1월 한달 동안의 돼지고기 수입 실적을 살펴보면 2015년 3만7737톤이던 수입량은 2016년 3만261톤, 2017년 3만5946톤으로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4만톤을 넘어 4만275톤을 기록했고 올해는 7318톤이 더 많은 4만7593톤을 나타냈다.

이위형 한국수입육협회 부회장은 “스페인산 돼지고기의 경우 kg당 2달러대의 원료육을 기반으로 한국 수출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수입 돼지고기 중 미국산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한 지가 오래된 상황에서 지난 1월 EU 회원국 가운데 스페인산(8746톤)이 독일산(8577톤)을 근소하게 제친 것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다 최근 불고 있는 이베리코 등 특화된 품종 마케팅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산·유럽산 가격으로 무장해

수입 돼지고기는 최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맛과 안전을 비롯해 품질 등을 국내 소비자에게 집중적으로 알리려 노력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HMR(가정간편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원료육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도 주목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USDA(미국농무부), 일본 축산정보를 가공한 자료를 살펴보면 세계주요국가의 kg당 돼지고기 지육가격은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3.96달러, 4.10달러를 나타냈고 일본은 각각 4.83달러, 5달러를 기록한 반면 미국은 1.73달러, 1.85달러, 캐나다 1.4달러, 1.53달러, 독일 1.66달러, 1.87달러, 프랑스 1.52달러, 1.68달러, 네덜란드 1.44달러, 1.65달러를 나타냈다.

기본적으로 가격경쟁력은 무서울 정도로 비교가 안 된다. 미국, 유럽 등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은 지육가격이 높은 한국과 일본 등을 주요 수출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선우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국장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까지 감안하면 일단 국내산이 수입으로 전환될 경우 다시 국내산으로 돌아오기가 그만큼 힘들고 점유 비중도 매년 증가하면서 수입육 고정 사용량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수입 돼지고기 맛·안전·품질
차별화 마케팅으로 집중 공략

수입 늘면서 자급률 하락세
축산물가공업체 수입육
사용 증가 불보듯

  

국내산 자급률 70%대 붕괴

최근 들어 수입 돼지고기가 급증하면서 국내 시장잠식 심화는 더욱 우려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수입 부위 중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삼겹살이 앞다리살에 밀린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수입 앞다리살의 경우 햄·소시지의 원료육이나 식자재, 양념육,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용도로 지난해 19만7487톤이 수입되면서 지난해 삼겹살(18만4828톤) 보다 많이 수입된 것이다.

또한 국가별로도 전년 보다 지난해 9만4303톤이 증가한 가운데 미국산이 증가분의 약 53%(4만9554톤)를 점유했고, 스페인산이 약 22%(2만837톤)로 눈에 띈다.

게다가 올해부턴 품질, 위생관리, 동물복지까지 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브라질산 돼지고기 수입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입이 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 자급률은 상대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연도별 자급률 추이를 들여다보면 2000년 86.4%에 달했다. 2010년에도 80%를 기록했다. 그러나 구제역 등의 영향으로 2015년 70.3%까지 하락하다가 2016년에 76.7%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입 돼지고기의 거센 공세로 지난해 자급률은 66.9%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수입육이 국내 시장잠식을 확대하면 재고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소비자는 물론 축산물가공업체의 수입육 사용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해진다. 국내산 자급률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다시 국내산 축산물 생산기반 축소를 불러오고 결국에는 국민의 단백질 공급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 생산을 책임지는 양돈농가들이 자급률 80%를 고수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수입육은 이베리코 등 특화된 품종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고급육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우리돼지 한돈은 오히려 획일화된 등급기준으로 흑돼지나 YBD(요크셔, 버크셔, 듀록 교잡) 등 특수한 품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돼지가격 폭락에도 불구하고 산지 가격 하락분이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소비자, 농가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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