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를 고객으로 정부·지자체로부터 지원금
농업·헬스케어 전문 직원들 소수 인원으로 효율적 운영

▲ 농장에서 직접 만든 치즈는 농장입구의 직거래숍에서 판매된다.

18세기 나폴레옹이 직접 심었다고 전해지는 커다란 라임나무가 입구에서 맞아주는 ‘린드붐농장’은 히딩크 감독이 살아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네덜란드 동부의 바쉬벨트마을과 인접한 하러벨트마을에 있다.

네덜란드어로 린드붐은 라임나무를 뜻하고, 라임나무에는 보호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는 농장의 이름으로 제격인 셈이다.

15마리의 젖소를 키워 그 우유로 직접 만든 치즈를 농장에서 팔고, 방사한 닭에서 얻은 계란과 텃밭의 채소를 인근 레스토랑에 파는 일반적인 농업활동도 하고 있지만, 사실 린드붐농장의 주요 수입원은 자폐증, 신체장애, 뇌질환, 번아웃증후군 등 일반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을 고객으로 맞음으로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지원금이다.

마틴 총괄이사는 치유농장으로서의 린드붐을 완성시켰다. 농장곳곳에서는 어떻게 하면 농장의 일이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지 그가 고심한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그는 겨울에는 실외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실내에서 할 수 있으면서도 도움이 될만한 일을 생각하다가 그 동물사료용 무를 다듬는 일을 생각해 냈다. 외양간 한켠에는 무가 한 가득 쌓여 있는데, 무를 다듬는 일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면서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자폐증 등을 갖고 있는 농장고객들이 겨울에 하기에 적합한 일이다.

▲ 소 먹이용 무를 다듬는 일은 겨울동안 실내작업으로 제격이다.

농장내에서 고객들은 본인의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하루 세 번 소젖을 짜는 일부터 시작해서 치즈만들기, 판매용 장작 만들기 등 농업과 관련된 활동 뿐 만이 아니라 빨래, 청소 및 요리 그리고 농장내 작은 직거래숍에서의 판매에 이르기까지 농장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에 고객들이 함께 한다.

소젖짜기나 장작패기 등의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작업에는 항상 농장의 직원이 함께 하는 등 안전과 위생관련 규정은 철칙이고, 특히 농장답지(?) 않게 모든 구역이 굉장히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농장의 직원은 마틴 총괄이사와 그의 부인을 포함해 6명밖에 되지 않지만 30명에 가까운 고객들이 적으면 일주일에 한 번에서 많으면 매일 꾸준히 오기 때문에 농장이 돌아가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마틴 총괄이사가 처음부터 치유농장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저는 원래 소를 사고 파는 회사에서 일하는 중개상이었어요. 그러다가 린드붐농장의 전소유주를 알게 됐죠. 어느 날 그분이 저에게 치유농장의 이사자리를 제안하더군요.”

농장의 전소유주는 1995년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아들을 위해 린드붐농장을 사들여 젖소, 닭 등을 키우며 요양을 위한 농장을 만들었지만 아들이 죽은 후 뜻을 잃어 2002년 마틴 총괄이사에게 농장운영을 맡기게 됐다.

치유농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마틴 총괄이사는 그때부터 모든 일을 스스로 공부해서 시작하게 됐고, 그의 열정과 성실덕에 농장은 점점 성장하게 됐다. 2002년 시작할 당시 농장 이용객은 10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3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마틴 총괄이사가 채용한 농장의 직원들 모두는 농업과 헬스케어 두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소수의 직원만으로도 농장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린드붐농장의 비전은 어떻게 하면 농장을 키우고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을까가 아니다. “15마리면 네덜란드의 일반 젖소농장 기준으로는 사실 매우 작은 규모죠. 하지만 소가 더 많아지면 우리 고객들이 젖짜는 일을 감당할 수 없어요. 지금이 딱 좋은 규모입니다. 제비전은 우리 고객들을 최대한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는 거에요.” 이를 위해 마틴 총괄이사는 고객들이 농장의 직거래숍에서 판매를 보조하면서 최대한 일반인들과 접촉할 기회를 갖게끔 한다.

또한 농장의 생산물을 인근식당으로 배달하는 차량에 반드시 농장의 고객들을 동승시켜서 역시 일반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성을 늘릴 수 있게 한다. “저도 그렇고 정부 또한 치유농업을 통해 원하는바는,이 사람들이 사회에서 온전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 사회에 편입시키는 거에요. 하지만 우리농장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증환자들이고 그러다보니 실제 사회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전체의 10% 정도밖에 안됩니다. 대부분은 평생 농장에 오시다가 삶을 마감하시게 되죠.”

린드붐농장은 적정 수준의 농업활동을 통해 농장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도 좋은 품질의 케어제공으로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하게끔 함으로서 성공적으로 농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

농장구석구석을보여주며 상세히 설명하는 마틴 총괄이사의 얼굴에는 직접 성장시킨 치유농장에 대한 큰 자부심이 묻어났다.(린드붐농장:delindeboom.org)

[글·사진 제공 -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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