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한국오리협회를 포함한 가금생산자단체가 지난 19일 예정했던 궐기대회를 취소했다. 당초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이 AI(조류인플루엔자)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연장하겠다고 알려지면서 이를 규탄하는 농가들이 대규모 집회를 예정했었다.

오리사육 휴지기제로 5개월째 오리를 입식하지 못하던 오리농가들이 휴지기제가 한달 더 연장되는 것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과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이 궐기대회에 앞서 정책당국과 조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방역정책국이 정부와 지자체의 특별방역대책 추진은 정상적으로 시행하되 축산 농가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실질적인 오리사육 휴지기제 연장이 취소, 궐기대회도 취소됐다.
 

5000 가금농가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아스팔트위로 올라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이다.

내부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긴 것이라는 자평이 돌 만큼 단체장들의 협상과 정부의 이해가 도출해낸 결과였다.

그러나 일견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일부지역에서는 5개월간 오리를 입식하지 못한 오리농가들이 휴지기제 연장으로 1년의 반을 쉬는 상황이 될뻔 했다.

충북의 한 오리농가는 이미 휴지기제로 큰 타격을 입었으며 한달 더 연장될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7살된 딸과 대학생 아들이 있다는 그 농가는 정부의 방역대책으로 왜 개인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질병방역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옳다’. 그러나 국가의 방역시스템을 위해 산업종사자들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개인의 피해가 속출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보상금을 주니 충분하다’는 식의 사고는 산업을 더욱 망가뜨릴 뿐이다. 국민은 질병이 터져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는 것도 원하지만 국내산 오리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먹는 것도 원한다.

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를 지키는 방역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아닌 ‘싸울 필요도 없는 합리적인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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