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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장 

 

일반적으로 개혁(改革, reform)이라고 하면, 서구사회의 종교개혁이나 우리나라 근대의 갑오개혁과 같이 대규모의 변화를 쉽게 떠올린다. 그러나 개혁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침’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규모의 변화도 해당된다. 즉 개혁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이 합법적이며 내용이 새로워야 한다. 
 

2004년 김을 시작으로 수산분야 자조금사업이 실시됐다. 그 시작은 농업분야의 축산 및 원예자조금이 동인이 됐다. 2019년 현재 수산자조금 대상은 9개 품목단체로 늘었으며, 사업 규모는 90억원 수준이다. 품목당 사업비(국고포함)가 3억원에서 25억원까지 다양하다.
 

자조금사업의 근본적인 철학은 ‘자율성’과 ‘민주성’이다. 즉 자조금은 법 또는 단체의 결의를 통해 자발적 또는 의무적으로 일정 금액을 징수해 품목(산업)의 문제를 품목단체 스스로 해결하고자 사용하는 목적기금이다. 이러한 자조금사업의 특성은 정부나 공공단체가 기업이나 개인에게 교부하는 여타 보조금과 명확한 차별성을 갖는다. 이로 인해 자조금사업은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수산자조금은 2013년 제정·시행된 ‘농수산자조금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 대상은 원예농산물과 수산물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법이 시행된 이듬해인 2014년 7월 원예농산물 자조금 정책 개편방향 및 추진체계를 발표했다. 이 계획은 자조금 단체의 기능회복과 역량강화를 통한 품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책 목표로 3대 중점과제를 표방했다. 
 

그 중 핵심내용은 1품목-복수 자조금 허용, 임의자조금 졸업제 도입, 의무자조금 전환 등이다. 이러한 원예자조금 정책의 대폭적 개편․시행은 생산자(회원)의 참여와 주인인식 부족, 정부 매칭 자금에 대한 의존성, 거출금 대납의 문제, 나눠 먹기식 사업비 재배정 문제, 단순 홍보 및 이벤트성 행사 중심의 사업 추진 등의 문제점 때문이다. 이를 통해 2014년에는 인삼, 2016년 친환경농산물, 2017년 참다래, 배, 파프리카, 사과, 백합, 2018년 감귤, 콩나물 등이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했다. 
 

특히 임의자조금 졸업제는 신규 임의자조금 단체 결성 후 3년간 지원하고, 의무자조금 미전환시 국고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다. 임의자조금 졸업제는 자조금 거출 길목의 부재, 사업비 재배정 문제, 이벤트성 행사 중심의 사업 추진 등 현재의 수산분야 자조금사업의 실정으로는 쉽지 않은 숙제일 수 있다. 그러나 원예농산물의 경우도 쉬운 길이라 선택하고 강행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의 자조금사업 시행에 따른 필연적 선택이었다. 이제는 수산분야도 다소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거부할 수 없는 ‘개혁’이라는 파도를 겸허히 받아들일 때가 됐다.
 

다시 한 번 더, 수산자조금이 추구해야 할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인식과 더불어 새로운 변화인 ‘임의자조금 졸업제 도입’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혹자는 ‘위기’를 ‘위협’과 ‘기회’라 한다. 수산분야에 있어 임의자조금 졸업제 도입은 하나의 위협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누적된 수산자조금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조금 거출방법부터 개혁해야 할 것이며, 품목특성을 고려한 명확한 자조금사업 목표설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는 농업분야 자조금사업과의 성숙도 차이를 고려, 도입 시기와 적용 범위 및 방법 등에 대한 준비를 위해 어느 정도의 ‘유예 기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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