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농업·농촌 '치유'의 공간으로 태어나다 - 네덜란드 치유농업을 중심으로
4. 케어팜도아이디어가승부한다 ‘블로멘달(Blommendal)농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 동물은 케어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블로멘달 치유농장의 탄생은 대부분의 네덜란드 케어팜과 비슷하다.

농장주 키스 씨는 15ha의 농장을 물려 받았지만 충분한 소득을 얻기에는 작은 규모였다.

마침 키스 씨 주변 농장들이 케어팜으로 전환하면서 이에 관심이 생겼고 특수 아동교육에 경험이 있는 아내 비씨가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줬다.

일부 네덜란드의 케어팜들은 관심이 있는 누구든 찾아가서 둘러 볼 수 있는 오픈데이 행사를 여는데, 키스·비 부부 또한 이런 행사가 열리는 농장을 방문해서 신중하게 고민을 하던 중 성공적으로 케어팜을 운영하는 어느 노부부를 보고 자신감을 얻어 치유농장 전환을 결심하게 됐다.

농장을 물려 받았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이 낡아 있었기에 부부는 식당, 거실 등 새 건물들을 짓는 일부터 시작했고 2006년 마침내 치유농장을 오픈했다.

7명의 참여객으로 시작한 농장은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64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을 수용키 위해 부부는 더 많은 건물들을 지어야 했고, 근방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농장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치유농장에 따라 농장 이용객들을 고객, 동료 혹은 블로멘달처럼 참여객으로 불리는데, 농장의 철학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편이다.

블로멘달농장은 농장의 자원들이 어떻게 활용돼 수입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좋은 예를 보여준다. 농장의 동물들 중 말은 여러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참여객들에게 돌보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편테라피(동물매개치료)와 코칭으로도 활용된다.

승마코칭자격이 있는 부부의 딸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승마레슨을 하고, 별도 계약을 맺은 동물매개치료사가 블로멘달농장에서 승마테라피를 한다. 반드시 참여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사가 본인의 고객을 데려올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농장 한켠의 잔디밭을 반려견 훈련사에게 대여해 강아지 훈련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새로 지은 건물들을 활용해 넓은 회의실로 꾸미고 워크숍 등의 장소가 필요한 단체에 빌려 주기도 한다. 자연환경속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의 행사를 치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아내 비 씨의 전문분야는 어린이 및 청소년 케어이다보니 직접 노인들을 돌보진 않고, 벨진이라는 지역의 복지단체에 건물 한 채를 임대해 치매초기 및 독거노인들이 데이케어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새로 시작하는 사업은 케어캠핑인데 자폐증 등으로 농장을 이용하려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주말동안 농장에 와서 부모는 캠핑장을 이용하고 아이들은 농장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올해는 텐트 두 개, 내년에는 네 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안주인 비 씨는 또한 본인의 경력을 활용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네덜란드 특수교육이 점점 소규모, 특성화를 지향하다 보니 일반학교에서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특수학교에 가기에는 상대적으로 잘하는 아이들이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생긴다고 한다.

비 씨는 이러한 아이들이 충분한 관심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타임아웃’이라는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다른 케어팜들을 설득해서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

한때 8개 농장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몇 개 농장들이 중지하면서 지금은 블로멘달을 비롯한 세 개 농장이 개별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근학교에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아동이 있으면 학교에서 먼저 연락이 오곤 한다.

블로멘달농장의 이용객들은 대부분 자폐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아동 및 청소년들이고 이들이 농장에서 하는 일은 다른 케어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을 돌보거나 농업용 장비수리 등을 돕는 것은 기본이다.

트랙터 운전을 배우고, 수공예에 참여 하는 등 직업교육도 받을 수 있다.

또한 농장에는 일반적인 도심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다양한 동물들이 있다. 20마리의 젖소, 말, 토끼, 닭 뿐만 아니라 염소와 양, 알파카, 기니피그까지 농장에서 살고 있다.

특히 토끼와 기니피그의 경우는 큰 동물들보다 돌보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좋아하고, 우리 청소 등 아이들에게 할 일을 주는 측면에서도 좋다고 한다. 블로멘달농장은 케어소득에 비하면 적지만 우유와 달걀생산으로 농업소득을 올리고 있다.

왜 학부모들이 멀리서도 블로멘달농장을 찾아오냐는 질문에 비 씨는 망설임없이 대답한다. “우리농장이 워낙 아름답고 분위기가 좋다고들 해요. 특히 농장이 깔끔하게 잘 정돈돼 있어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옛날에 오픈데이에 다닐 때 규모가 큰 농장은 왠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도 7명으로 작게 시작한건데, 지금은 우리가 그때 그 농장 만큼 규모가 커져 버렸네요.”

비 씨의 말처럼 농장 구석구석 깔끔하고 예쁘게 정돈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똑같은 케어팜일지라도 결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농장주의 정성과 노력에 달려 있음을 블로멘달농장이 보여 주고 있었다.
 

[글·사진]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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