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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열띤 경쟁의 막이 내렸다. 낙선한 후보들에게는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 농업인 조합원을 위해 봉사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 노력하길 바란다. 또한 농축협 조합장 당선자들에게는 축하와 함께, 당선의 기쁨만큼 큰 책임이 부여된 당선자에게 꼭 필요한 몇 마디 과제를 당부한다. 
 

기존 조합장들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명확하게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농축협 조합장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섣부를 듯도 하다. 하지만 엄중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농축협 조합장이 해야 할 역할은 여전히 막중하다. 조합장으로 당선된다는 것은 꽃길을 가는 프리티켓을 받은 것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하고 앞서 나가야 하는 비용청구서를 받았다고 생각할 때 ‘헌신과 봉사’를 해야하는 협동조합 임원의 책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4년동안 주택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용사업의 리스크는 커질 것이다. 물론 대출금리 인상 기조가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기는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신용사업의 환경이 5~6년 전과 달리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 조합장들은 신용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사업들을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새로운 사업의 모색은 조합원의 편익을 높여준다는 전제 하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첫째, 판매사업의 발전을 위한 조합장들의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기존의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의 유통경로는 이미 포화상태이므로 제로섬 게임에 놓여 있다. 따라서 농가조직화를 강화하고, 계약재배농가를 중심으로 품질을 높이는 활동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연합사업단이나 조공법인이 이미 있는 시군은 그들의 마케팅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조합장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하며, 아직 연합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시군은 조합장들의 협력을 강화해 기본적인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구매사업의 서비스 역량을 높여야 한다. 농협경제지주 출범 이후 농협이 취급하는 농자재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졌다. 하지만 농산물 품질을 높이고, 생산의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경쟁력을 넘어서 우수한 자재 담당직원을 확보해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는 수준까지 서비스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조합원의 고령화로 인해 조합원 정예화 논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조합장 직선제가 있는 상황에서 개별 농축협에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할 수 있는 조합장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 고령화에 따라 복지와 사회서비스에 대한 조합원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농촌복지 문제를 이제는 농협이 주도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새 조합장들은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원로조합원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이 있을 때, 젊은 조합원들이 농축협에서 이탈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농협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최근 지방정부의 농업정책과 농촌정책, 지역개발, 사회적경제, 푸드플랜 등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된 정책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읍면 단위 중심인 농협이 시군단위 정책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정책의 효과성이 떨어지고 있다. 새 조합장들은 지자체의 농정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협력사업을 개발하고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의지과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변화들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설계도가 필요하다. 조합원들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조합원들의 필요를 가장 포괄적으로 반영한 농협 중장기발전계획을 조속하게 수립해야 한다. 설계도보다 더 잘 지은 집은 거의 없기 마련이다. 하물며 설계도조차 없이 평균 자산 1000억원의 대규모 조직인 농축협의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번에 선출된 새 조합장들이 시대에 발맞추고 시대를 앞서가는 중책을 잘 지키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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