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코칭'…사회 연결 다리 역할 톡톡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 드 후페 치유농장의 텃밭 채소는 오로지 손으로만 농사를 짓는데, 신체활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도랑과 도랑사이를 넓게 만들었다.

네덜란드 케어팜은 흔히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데이케어센터로 이해되곤 한다. 하지만 케어팜의 역할이 단순히 농장일을 돕게끔 한다거나 소극적인 의미의 돌봄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드 후페 치유농장의 농장주 알폰스 씨는 각 참여객의 목표와 미래의 삶에 주목한다. 다른 농장에서처럼 일을 함께 하며 돕지만, 드 후페 농장의 참여객들에겐 플러스 알파가 있다. 바로 직업코칭이다.

“우리농장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실 일반적인 직업을 갖기가 힘들어요. 어떤 사람들은 단지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합니다. 하지만 좀 더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달라요. 많은 이들이 사회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그러기 위한 연결다리를 원하죠.”

이를 위해 부인 윌마 씨는 농장직원들과 함께 참여객들을 대상으로 개개인에게 맞는 일의 교육 및 코칭을 한다.

직업코칭에는 사회에서 적당한 일터를 찾아 그 조직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 사후관리까지 포함된다. 예를 들면 참여객의 새 직장동료들에게 미리 설명을 하고 도울 수 있게끔 하는 식이다.

농장에서의 교육이 반드시 기술교육일 필요는 없다. 알콜중독으로 생활의 리듬이 망가진 사람에게는 매일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생활하게끔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활력을 되찾게 해 줄 수 있다.

드 후페 농장은 발달장애, 자폐 등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들, 성인들을 비롯해서 신체장애인, 알콜중독자, 경증치매노인 등 다양한 문제와 연령의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고 있는데, 참여객 대부분은 비교적 심각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는 일대일로 수퍼바이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외의 사람들도 3~5명이 한 그룹이 돼 수퍼바이저와 함께 일 혹은 학습을 하는 소규모케어가 이뤄진다.

증상이 심한 사람들도 농장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알폰스 씨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것 보다 소규모케어가 개별 니즈(needs,요구)를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이고, 또한 자격을 갖춘 이들이 돌보기 때문에 오히려 농장이 이들에게 훨씬 좋은 환경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경우 특수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이 오는데, 학교 및 교육기관과 계약을 맺고 정식자격을 갖춘 교사가 교육을 하기 때문에 농장에서 공부를 한 아이들도 학교에서와 똑같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농장의 특수아동 심리치료사는 아이들 및 농장직원들을 대상으로 사회성과 적응력 등이 개선되도록 돕는다. 다른 참여객들은 목재로 물건을 만들거나 농기계를 사용하기도 하고, 치즈만들기, 텃밭가꾸기, 동물돌보기 등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어린자녀를 농장에 보내는 부모들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성인들, 특히 중독자 등이 있는 공간에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알폰스 씨의 대답은 명쾌하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다 섞여서 살고 있잖아요. 각 소그룹마다 인솔자가 함께 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어요. 솔직히 부모들은 그런 점은 신경 안씁니다. 부모들이 신경 쓰는 건 그런게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을 적절하게 돌본다는 점을 신뢰한다는 거죠.”

부부가 처음부터 케어팜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농장을 갖고 있던 부인 윌마 씨의 아버지가 투병생활로 땅을 팔면서 15ha의 농장이 6ha르로 작아졌고, 부부는 1997년부터 이 땅에서 작은 낙농업을 시작했다.

▲ 치즈 만들기는 한 번 시작하면 시간내에 끝을 내야만 하는 일의 성격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참여객들이 수행하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알폰스 씨의 가족이 운영하는 인근의 젖소농장에서 우유를 받아와 버터밀크와 치즈를 만들어 파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된일에 비해 소득은 시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발달장애가 있는 젊은 청년 한명이 농장의 일을 돕게 됐고 그러한 사람들이 한두명씩 늘어나게 됐다.

마침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특수교육 관련 경험이 있던 윌마 씨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케어팜에 뜻을 가지게 됐고, 2005년 드후페 농장은 케어팜으로 전환하게 된다.

지금은 총 참여객 60명의 큰 농장으로 성장했는데, 사람이 많아졌다고 해서 농업부문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씩 치즈를 만들고, 밭을 담당하는 직원은 참여객들과 함께 각종 채소를 키운다. 흙만지기를 좋아하지 않는 참여객들은 나무로 새집이나 테이블 등을 만든다.

“이런 일들을 안하면 더 이상 케어팜이 아니죠. 케어팜이기 위해 케어와 농업은 서로가 필요합니다.”

▲ 농장의 생산품 이외에도 다른 농장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고품질의 다양한 농산물, 식품류가 구비돼 있다.

직접 만든 치즈는 농장의 숍에서 판매한다. 목재작업 또한 취미 수준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채소밭에서는 화학비료는 일절 배제하고 100% 유기농 씨앗을 이용해 다양한 작물을 매년 바꿔 가며 심고, 이렇게 재배한 채소는 직접 먹거나 판매한다.

또 참여객들과 함께 가꾸는 꽃밭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돼 있는데, 특히나 여름이면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는 인기장소이다. 꽃밭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원하는 만큼 꽃다발용 꽃을 꺾어갈 수 있는데 가져간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기에 이 또한 농장의 소득이 된다.

알폰스 씨 자신은 케어보다는 농업에 좀 더 적성이 맞다고 말하며 껄껄 웃는다. 하지만 농장이 이 만큼 성장한데에는 케어에 대한 정부지원이 주된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여전히 케어로 인한 수입, 즉 정부의 지원이 전체 소득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알폰스 씨의 목표는 농장의 상업적인 부문 즉 케어외의 영역을 좀 더 키우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역의 소외된 1인 가구들 그리고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

케어팜이면서 직업코칭기관, 그리고 채소농장이자 치즈농장, 목재작업소, 그리고 꽃 정원 등 드 후페 농장의 정체성은 다양하다. 이런 다재다능함이 네덜란드의 수 많은 케어팜들 사이에서도 드후페 농장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글·사진 제공]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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