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농산물 가격 책정…영세·소농 든든한 버팀목

[농수축산신문=길경민 기자] 

로컬푸드 직매장이 영세·소농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농 다품목 구조인 전통농업을 하고 있는 농업인들로선 판로개척만큼 어려운 일이 없는데 판매기능을 갖춘 로컬푸드 직매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가격을 직접 책정할 수 있어 자존감은 물론 행복지수까지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 직매장의 이 같은 순기능에 반해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지역여건을 고려한 매장 구성을 비롯해 구색 갖추기, 수집 등은 전문가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특히 로컬푸드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담보로 해야 하는 만큼 출하농산물에 대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에 로컬푸드 전문가인 안재경 농협중앙회 푸드플랜국 국장과 서영갑 유명산로컬푸드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 로컬푸드 발전방향을 살펴봤다.

▲ 안재경 농협중앙회 푸드플랜국 국장(왼쪽)과 서영갑 유명산로컬푸드대표가 로컬푸드의 개선과제에 대한 대담을 펼치고 있다.

 

△서영갑 대표 = 진주농전 원예학과를 졸업한 터라 늘 농업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이 때문에 귀농도 결심했고,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도 이 같은 애정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안재경 국장 =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농, 고령농 등 영세 농업인들을 위해 지향해야 할 사업인 것은 맞지만 애정만으로는 힘들 수 있다. 또 지역 여건에 따라 로컬푸드 직매장의 컨셉도 달라 주변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서영갑 대표 = 실제, 직매장을 운영해 보니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농업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유통을 해소하기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에 나섰으나 구색 맞추기, 매집 등은 아직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안재경 국장 =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 지역에서 소화시키는 구조가 돼야 지역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고, 행복지수도 높아질 수 있다.

 

△서영갑 대표 = 물론이다. 지역 농산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게 이 직매장의 원칙이고, 2017년 4월 오픈 이래 로컬푸드 직매장의 수익을 농업인들에게 돌려주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 직매장은 유명산 입구에 위치해 있어 상춘객, 관광객, 등산객 등 연 37만명의 외부인을 유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기대되는 바가 크다.

 

△안재경 국장 = 주변에 관광객이 많이 온 다는 것은 로컬푸드 직매장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신선채소는 물론 산나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을 개발, 적극적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영갑 대표 = 산나물은 말려서 소포장 상품으로 개발, 판매하고 있으나 인근에 시설원예가 없는 탓에 청정채소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급할 때는 농산물을 구걸하다시피 한다. 귀농 후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살려 배추, 엽채류 등을 직접 재배해 구색을 맞추고는 있으나 여의치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관광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직매장과 함께 고급스럽게 단장한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다행히 커피 판매로 수익이 일어나 적자 부분을 메우고 있다.

 

△안재경 국장 = 신선농산물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지역의 농산물을 많이 팔면 농업인들의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그러나 많이 팔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한 농산물 출하가 전제돼야 한다. 안전성에 대한 농가와의 지속적인 논의와 협의가 필요하다.

 

△서영갑 대표 = 현재 이 직매장에 참여하는 농업인이 200명인데, 한 번 교육을 시키려면 식대 등의 비용부담이 커 횟수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친환경 농산물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검사는 수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농산물 수급 자체가 어려워 직매장에서는 챙기지 못하고 있다.

 

△안재경 =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가 시행된 만큼 농산물 안전관리는 더욱 중요하고, 소량 다품목일 경우 특히 필요한 만큼 안전에 대한 교육은 많이 할수록 좋다. 만에 하나 200명의 참여 농업인 중 한 농가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직매장 차원의 교육이 어렵다면 지자체와 협의해서라도 농업인에 대한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영갑 대표 = 공동이든, 협동이든, 상생이든 참여농업인들이 함께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장을 운영하고 싶다. 청정채소 수급도 해결하고, 교육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직매장 앞의 밭을 공동농장으로 만들어 농가들에게 종자, 비료 등 자재를 제공한 후 농산물을 재배케 하고, 이를 직매장에서 전량 판매해 주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안재경 국장 = 참여농업인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농산물이 잘 팔리면 농업인들의 행복지수가 올라가고, 이는 농업인 스스로의 상품개발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 농업인들을 직매장 운영의 핵심으로 인정,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충성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업다. 서 대표의 열정과 봉사 덕에 여기까지 온 것인데 손익분기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인들과 로컬푸드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서영갑 대표 = 농업인들에게 부가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농산물 가공공장 설립 계획을 갖고 있다. 당뇨, 고혈압 등에 좋은 선식을 만들고, 지역 특산물인 잣을 원료로 한 기름, 잣박을 활용한 막걸리, 잣빵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안재경 국장 = 직매장 운영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농업인 스스로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농업인들의 매장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농업인들이 오고 가며 들를 수 있으면 자신의 농산물의 판매현황도 수시로 살필 수 있어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서영갑 대표 = 가평군내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뮤직빌리지 근처에 로컬매장이 두 개가 있으나 매출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곳은 외지인들의 접근성이 좋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농업인들의 매장 접근성이 떨어져 농산물 수집에 애를 먹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젊은 농업인들은 그래도 농산물을 출하하는데 고령농들은 출하 자체가 쉽지 않다.

 

△안재경 국장 = 로컬푸드 매장은 그래서 농업인과 가까워야 하는 것이다.

 

△서영갑 대표 =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게 공동농장이다. 매장과 가까운 곳에 밭을 가지고 있으면 로컬푸드 출하상품이 훨씬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지역농협이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개별농가·법인이 하기 어려운 일을 농협이 해줬으면 한다.

 

△안재경 국장 = 경기도는 충분히 로컬푸드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지역농협의 하나로마트 내에 숍인숍 형태로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면 지역농산물을 우선 팔 수 있고, 농업인들의 소득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영갑 대표 = 로컬푸드가 영세소농들을 위해 옳은 사업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우수 사례로 만들고, 농업인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바른 매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안재경 국장 = 어려운 여건에서 가평 로컬푸드 직매장이 여기까지 온 것은 서 대표의 열정과 봉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앞으로는 농업인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로컬푸드 직매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농업인행복지수가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기준인 만큼 가평로컬푸드 직매장이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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