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태 충북대 농업생명환경대학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2017년 9월 말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던져주는 일이 발생했다.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국내에 없는 붉은불개미라는 작은 개미가 발견된 것이다. 붉은불개미는 국제자연보존연맹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외래생물에 속하며 농작물에 대한 피해는 물론 자연 생태계를 훼손할 수 다. 뿐만 아니라 동물과 인간에게까지도 피해를 준다.

이런 붉은불개미가 부산항의 감만부두에서 처음 발견됐던 것이다. 발견 즉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붉은불개미는 사멸되고 여왕개미도 죽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지난해 2월 인천항 보세창고, 5월 부산항 허치슨부두, 6월 평택항 컨테이너부두 및 부산항 허치슨부두 등에서 연이어 다시 발견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대구 아파트 건설현장에 있던 조경용 석재에서 약 800여마리의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는데 항만이 아닌 내륙에서 발견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안산 반월공단의 스팀청소기 공장과 인천항에서도 발견됐다. 2017년 9월 처음 발견됐을 때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관리했는데도 불구하고 항만을 넘어 내륙에서까지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붉은불개미의 침에는 솔레놉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어, 만약 붉은불개미집을 밟거나 어떤 이유로라도 접촉하게 된다면 매우 호전적인 붉은불개미의 공격을 당하게 되고 물리게 되면 물린 부위에서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건장한 사람에게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노약자나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새와 같은 작은 동물이 공격을 당한다면 사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호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붉은불개미의 유입을 고민하면서 예찰·방제 등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30년대 앨라배마 주의 모바일 항구를 통해 남미로부터 유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유입 초기에 박멸하지 못함으로 인해 현재는 미국 내에 서식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러다보니 재배하는 작물의 종자, 과일 등은 물론 사람들까지 붉은불개미의 피해를 받아, 매년 많은 예산을 사용하며 예찰과 방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간 50억달러(약 5조3150억원)의 경제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 없는 병해충이 외국으로부터 유입되면서 받는 피해의 엄청남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1988년 일본을 통해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그 방제를 위해 지난해까지 투입된 방제비용만 1조1559억원에 달하며, 2015년 안성 등의 농가에서 처음 발견된 과수화상병의 방제비용 역시 368억원에 달한다.

이 액수는 공적 방제비로 소요된 비용일 뿐이고 국가나 농가가 겪는 경제적 피해, 우리 농업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 가치 기능의 파괴, 검역과 관련돼 국내 농산물의 외국 수출이 금지될 경우 받는 간접 피해는 금액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식물 검역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말고, 소를 잃어버리기 전에 튼튼하게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는 의미이다.

농경시대 소는 단순히 노동력만을 제공하던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소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큰 사건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의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호랑이가 집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호랑이로부터 주인을 지키기도 하고, 워낭소리라는 영화에서 집안을 위해서 팔려가는 소가 눈물을 흘리듯이, 소는 우리 삶의 일부처럼 취급해져 왔다. 그러기에 경제적 가치로 단순하게 계산할 수 없는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

농업도 경제적 가치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는 소중한 무언가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그 소중함이 바로 농업이 우리에게 주는 공익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식물검역의 기능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의 농업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가장 앞장서서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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