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잃고서야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下)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많은 사람들과 정치권은 소나무 재선충병, 붉은불개미, 과수화상병과 같이 굵직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 이구동성으로 식물 검역이 중요하고,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상 검역이 강화되면 검역이 실행되는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공항과 항만 등을 통해 이동하는 일반인들에게 검역은 불편한 제도이다. 검역의 중요성을 듣고 공감하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겪는 불편함으로 인해서 우리는 화를 내기도 하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검역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까. 붉은불개미 사건을 계기로 국내로 반입되는 모든 컨테이너를 검사해야하는 것일까. 붉은불개미는 식물류뿐만 아니라 공산품과 같은 다른 화물을 통해서도 유입이 가능한데, 그렇다면 모든 수입화물을 검사해야하나. 검사한다고 한다면 검사인력, 검사장소, 검사에 필요한 시간 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등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호주는 2001년 처음으로 붉은불개미가 관찰되면서 즉각 퀸즐랜드 주에 붉은불개미 방제센터를 설립했다. 수입품이 유입되는 항만, 공항, 우편국 등을 중심으로 예찰 활동과 방제를 위한 연구를 시작하며, 붉은불개미 박멸 계획을 수립했다. 더불어 붉은불개미의 구분 방법과 신고 방법 등에 대한 홍보 활동도 시작했다.

대만은 2003년 붉은불개미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직후 바로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검역 조치의 강화, 유관 기관의 방제 권한과 책임 정립, 예찰과 방제 방법에 대한 연구, 외국 전문 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방역 담당자와 기관 책임자, 양묘업자와 일반 국민들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실시하면서 무료 전용 전화도 운영했다.

일본은 훨씬 체계적으로 붉은불개미 대책 체계를 만들어 시행했다. 2017년 최초로 발견한 이후 발견 지역에서의 방제와 항만과 공항에서의 조사 방법을 수립했다. 또한 지자체와 사업자들의 대처 방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자국 내의 관련기관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협조 사항을 공유했다. 일반 국민에 대한 홍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 붉은불개미 상담 다이얼을 개설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책 매뉴얼을 작성해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검역 선진국인 세 나라는 붉은불개미에 대해서 모두 신속한 조치와 정부기관 간의 역할 분담을 결정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일반 국민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실시했다.

이제는 붉은불개미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 검역 전반에 걸쳐서 어떻게 식물검역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검역관을 배치하고 예산을 투입해도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병해충의 유입을 완벽하게 차단키란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는 외래 유입 병해충의 유입 경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검역해야 하는 수입물량과 건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수입건수는 2010년 대비 지난해 약 118%까지 상승했으며, 해외여행객수는 2010년과 비교해 207%까지 상승했다. 이런 현장의 상황은 우리 검역 체계에 큰 압박으로 다가오며, 검역관들의 업무를 과중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전문가 집단만이 식물 검역을 담당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모든 국민들과 더불어 협조하며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식물 검역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들의 협조이며 직접적인 참여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일반 국민들에 대한 홍보와 교육, 그리고 전문가와 국민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검역본부의 식물검역부에 대한 전문 인력의 증원, 식물검역의 기본 연구를 위한 시설 및 인력의 확충, 식물 방역 제도의 개선 등은 식물검역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서 당장 필요한 조치들이다. 더불어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식물검역 중요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과의 생각의 공유이며, 이를 위한 홍보와 교육 시스템의 뒷받침이다.

마침 검역본부에서는 국민이 참여하는 조직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일반국민으로 구성된 국민참여단이 식물검역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고 식물검역의 문제점과 원인을 냉철히 분석해 조직·인력 및 업무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식물검역 발전을 위해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우리 삶에 중요한 농업의 기반을 잃고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그런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 삶의 기반인 농업을 잃고서 외양간을 고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소를 잃어버리기 이전에 미리 준비하는 마음을 갖고 우리 국민과 전문가 집단,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차분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 더 나은 우리 농업의 기반과 우리 대한민국의 자연 생태계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모두가 식물검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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